작년 10월 여배우 송혜교의 얼굴과 비슷하게 성형수술을 했다는 홍콩 여배우 짱위치(張雨綺)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닮게 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똑같이 수술한 경우였다. 짱위치는 서울 성형외과에서 두 차례 이상 수술했다고 한다. 두 사람 얼굴을 맞바꾸는 영화 '페이스 오프(Face-off)'가 떠올라 섬뜩한 한편으로, 뜨거운 한류바람과 빼어난 한국 성형수술 실력을 실감했다.

▶장락산 숲과 청평호수를 낀 경기도 가평의 청심국제병원은 '자연을 갖춘 의료리조트'를 내세워 해외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산모 800여명이 여기서 아기를 낳았다. 자연분만과 산후조리 15박16일에 300만~700만원을 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허리수술을 받았다는 우리들병원에는 작년에만 751명의 해외 환자들이 찾았다. 우리가 국제경쟁력을 갖춘 의료분야로는 성형·치과·건강검진 등이 꼽힌다.

▶지난해 1만6000여 외국인이 치료를 위해 방한해 500억원 이상을 썼다. 그런데 그건 약과다. 태국은 작년에 의료관광객 150만명을 끌어들여 2조6000억원을 벌었다. 싱가포르는 27만명, 인도는 18만명을 유치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의료수준 조사에서 태국은 58위 한국을 앞질러 47위에 올랐다. 국제의료평가위원회(JCI) 인증 병원도 한국엔 하나, 태국엔 넷이다.

▶미국인 입장에서 보면 태국싱가포르는 멀어서 한국이 의료관광에 더 적절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진료비 수준을 100이라고 치면 미국은 338로, 3배가 넘는다. 정부는 해외 환자를 2012년 10만명을 유치해 9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라지만 정작 정부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성형외과가 많은 서울 강남구는 단체 의료관광객을 많이 모을 수 있도록 수수료 등에서 특혜를 주는 '성형특구' 지정을 추진하다 접었다. 영리사업을 금하는 의료법 탓이었다.

▶올 하반기에 규제를 푼다지만 한류 열풍이 최고조였던 4~5년 전에 풀었다면 우리 의료관광산업은 이미 웬만큼 궤도에 올랐을 것이다. 우리 의료비와 체류비는 태국·인도보다 여전히 비싸다. 경쟁력 있는 병원들은 국내 환자 치료하기 바빠 외국 환자 볼 겨를이 없다. 의료관광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병원들과 지자체만 뛰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국가적 노력 없이는 '의료 한류'의 꿈도 일장춘몽에 그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