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싼 여론의 심각성을 걱정하면서도 "도대체 뭘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은 '쇠고기 민심'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에서 정부를 비난하는데, 합리적으로 설명을 하려 해도 당해낼 수가 없다"(수도권 재선), "축산 농가들의 경우 미국 쇠고기 불똥이 튄 데다 유가 상승까지 겹쳐 생업에 대한 불안이 극심하다"(영남 초선)고 했다. 중진 의원들은 "망연자실이라는 말이 딱 맞다" "국민 감정이 너무 격앙돼 있어 아무 말도 안 먹힌다"고 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청와대에 일부 장관 및 청와대 수석 교체 등 인적 쇄신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강재섭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인적 교체와 함께 책임총리제 강화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 건의를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또 2일 18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열고 시국 수습을 위한 난상토론을 벌이는 한편 3일엔 고위 당정회의에서 쇠고기문제고유가 대책을 놓고 정부 책임자들과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그러나 1일까지 당이 스스로 무엇을 하겠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장외 투쟁에 대해 "민주주의 원칙을 포기한 것" "정치적 선동에 편승하지 말라"고 비판할 뿐 직접 현장에 나가 문제를 풀겠다는 이들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은 당대로 민심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주말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이 서울 시내에 있는 농민단체들을 찾아 갔지만 "이명박 정권은 도대체 뭐 하는 거냐"는 푸념을 듣거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1일 당 인터넷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해 이명박 대통령과 당을 조롱하는 내용의 사진이 초기 화면에 뜨면서 만 하루 동안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초선의원은 "중진들은 국회의장 경선과 당직, 국회직 등 자기 일에만 신경을 쓰고 있고, 소장파들도 복지부동"이라고 했다. "당내 친박(親朴) 의원들은 복당(復黨)에만 관심이 있고, 주류 의원들은 청와대 눈치를 보며 뒷짐만 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주류 핵심의원은 1일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대통령이 오늘밤이라도 결단을 내려 수습책을 내면 되지 무슨 절차를 밟는데 며칠씩 걸리나"며 "청와대나 당이나 지금의 행태는 성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