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5월 31일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 건설에 대한 찬성이 10%대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찬성과 반대가 비슷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서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한반도대운하 건설

'한반도대운하 건설'에 대한 여론은 올 초까지만 해도 찬반이 비슷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갤럽 조사부터 반대(49.2%)가 찬성(30%)보다 높아졌고,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70.7%)가 찬성(17.5%)을 압도했다. 갤럽 조사에서 대운하 반대 의견은 2007년 6월(36.1%), 8월(40.1%), 2008년 1월(43.6%), 2월(49.2%)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다가 최근 70.7%로 급등했다.

한나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반대(45.3%)가 찬성(35.5%)보다 높았으며, 다른 정당 지지층에선 반대 의견이 90% 안팎으로 압도적이었다.

지역별로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도 반대가 각각 59.8%, 66.9%로 다수였다. 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던 서울과 인천·경기 등에서도 반대가 각각 75.8%와 68.0%로 다수였다. 허진재 한국갤럽 부장은 "올 초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과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등에서 검증 요구가 본격화되면서 반대 의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며 "최근 들어 경기가 나빠지고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반대가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한미 FTA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론은 지속적으로 찬성이 과반수였다. 지난해 1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찬성(55.4%)이 반대(35.3%)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높았고, 한미 FTA 협상 체결 직후인 지난해 4월 조사에서는 찬성이 58.5%로 더 높아졌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미 FTA 협상 체결에 힘입어 10%대에서 30%가량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찬성(45.4%)이 10%포인트 이상 낮아지면서 반대(43.7%)와 비슷했다. 특히 20·30대에서는 반대가 찬성보다 20~30%포인트 높은 반면 40·50대 이상에서는 찬성이 20~30%포인트 높아서 연령대별로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직업별로는 대학생과 블루칼라에서 반대가 더 높았고, 화이트칼라와 자영업자에서는 찬성이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된 논란이 한미 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쇠고기 수입

우리 국민의 다수는 앞으로 수입될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쇠고기 수입에 대해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우리나라에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66.5%)가 '가능성이 없다'(25.6%)에 비해 훨씬 높았다. 성별로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여성(72.5%)이 남성(60.3%)보다 더 컸다. 연령별로는 '광우병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30대(81.3%), 20대(79.7%), 40대(67.5%), 50대 이상(47.4%) 등의 순이었다. 성·연령별로는 30대 여성(90.3%)과 20대 여성(87.0%)의 대다수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이상 고학력층에서도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68.2%에 달했다. 한편 '쇠고기 수입을 미국과 재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대다수인 81.2%였고 '재협상은 필요 없다'는 15.6%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