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구로6동 서울조선족교회 앞마당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중국동포 300여명이 모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이들은 기타 반주에 맞춰 '고향의 봄'을 불렀다. 몇몇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행사의 명칭은 '수교 전 입국자 체류 합법화 및 차별적 동포정책 철회요구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으로 강제 추방될 처지에 놓인 장기 체류 중국 동포들이었다.
이 교회 서경석(60) 목사가 연단에 서자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서 목사는 추방 위기에 몰린 장기 체류 중국 동포들을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14일째 단식 중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9일 법무부가 발표한 중국 동포 선별 구제 방침에 차별적인 요소가 많다며 "합법적인 체류를 보장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는 한·중 수교(1992년 8월) 이전에 입국한 중국 동포 중 ▲1949년 10월 1일 이전 출생자 ▲시부모 봉양자 ▲국내 미성년 자녀 양육자 ▲항공 여행이 불가능한 심신허약자 등에게만 5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비자(H-2)를 내주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은 강제 추방하기로 했다.
한·중 수교 이전에 입국해 현재까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동포는 1308명. 이 중 법무부의 '선별 구제' 대상은 300여명, 나머지 1000여명은 강제 추방 대상이다.
법무부는 급증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동포에 대해서도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국내 불법 체류자는 2003년 15만명에서 지난해 22만명으로 늘었다.
이 중 중국 동포 불법 체류자 수는 3만4448명으로 중국 한족(漢族) 불법 체류자(6만7978명) 다음으로 많다. 법무부는 "오래 체류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동포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 아내가 추방당해 생이별을 한 정모(59·1992년 입국)씨는 "우리도 한국에 뿌리가 있는 사람들인데 못 산다는 이유로 차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경석 목사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있는 중국 동포에게 국적은 못 주더라도 최소한 합법적인 체류는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