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관악산은 줄을 서서 산행을 해야 할 정도로 등산객들로 붐빈다. 국토의 64%가 산림인 덕에 우리 국민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산이 보이고 나무가 있는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등산은 가장 돈이 안 드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산림욕을 겸한 등산은, 숲이 있고 적당한 경사와 고도, 걷기에 좋은 토양이 갖춰진 선택받은 지역에서나 가능한 고급 스포츠이다. 전 세계적으로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지역은 육지의 30% 정도이며, 열대 지역을 제외하면 국토의 반 이상이 산림인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과 북유럽의 3~4개국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 1300mm의 온대 기후 지역에 위치하여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기후만 적당하다고 저절로 나무가 자라고 산림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1965년 우리나라의 산지 면적은 798만ha였으나, 이 중 17%가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황폐지였다. 6·25 전쟁으로 인한 산불과 땔감용 낙엽 채취는 생태계를 파괴하였고, 여름철 집중 호우로 뿌리의 지지 기반인 표토층은 침식되어 사라졌다. 소나무도 못 버티는 그 땅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아까시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사방오리나무를 외국에서 들여다 심었다. 눈물겨운 노력 덕에 그나마 지금의 숲을 이뤘다.
현재 우리가 쉽게 즐기는 등산은 바로 그 시절, 70~80년대 산림녹화사업 기간 동안 14년간에 걸쳐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결과이다. 조림에 들어간 묘목값과 비료값은 대부분 국민 세금에서 나왔고, 조림에 투입된 시간과 노력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거의 없었다. 당시의 인건비와 재료비를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천문학적 돈이 투자된 국가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그러니 등산이 비싼 운동이 아닐 수 없다.
산업 투자는 10년 후면 금전상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70년대 자동차, 철강, 조선 산업에 대한 투자는 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기반 산업이 되었고, 80~90년대 전자·IT 산업에 대한 투자는 2000년대 우리나라를 반도체와 통신 부문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전 국민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산림은 1990년대 들어서야 눈 높은 한국의 등산객들을 조금씩 만족시키며 늘어나는 등산 수요를 충족시키기 시작했다.
조림 후 40년, 우리 산림은 이제 장년기로 도약해야 할 시기이다. 산림에 대한 계획과 투자는 최소 30년 후에나 결과가 나타나고 그 예산 또한 대규모인 까닭에 지자체나 민간 부문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처럼 속도전이 각광받는 시기에, 30년은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는 사업을 위해선 국가가 책임을 지고 연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산림은 인체와 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변하는 생태계이기에 국유림, 사유림, 행정구역 등 소속이나 관리 주체가 다른 산림일지라도 하나의 전체적인 틀 안에서 종합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수종(樹種)마다 고유의 적합한 서식처가 있기 때문에 산림 관리는 과학적이어야 한다. 환경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른 수종 특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에 급급한 결과, 전국의 등산로 입구를 벚나무와 영산홍으로 덮어 놓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산림관리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대폭 분산된다는 얘기가 들린다. 무계획적인 산림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의 혜택은 전 국민이 누린다. 2040년 미래의 주인공들이 즐거운 산행을 하려면 정부 주도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와 투자가 지속되어야 하고, 전 국민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 등산은 그래서 국가의 투자와 나무에 대한 국민의 애정이 어우러져야 즐길 수 있는 고급 스포츠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