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기름값의 직접적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행기, 버스 등의 운행이 줄어드는가 하면 어선들은 조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과 관련이 있는 농민이나 상인들도 울상이다.
27일 대한항공은 부산~시안 운행을 이미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부산~하노이 노선을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한시적으로 운행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부산~마닐라 노선은 운행 편수를 줄이기로 했다. 고유가 비상경영에 돌입한 데 따른 것으로 아시아나항공도 유가 상승세가 계속되면 화물노선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와 시내버스 사업자들도 경유가 폭등으로 발생하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일부 중복 노선을 중심으로 감축운행을 추진한다. 부산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측은 "고유가 때문에 운송원가 중 유류비 비중이 30%에서 최근 38%까지 올라 낮 시간대와 중복노선을 중심으로 운행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 측은 오는 30일까지 감축운행이 가능한 노선과 요일·시간대를 정해 부산시와 협의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시내버스 내부에는 '유가인상으로 당분간 냉방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장까지 붙여 냉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5~6월 비어기를 맞아 수입이 준 수산업계에서는 고유가까지 겹쳐지자 조업을 포기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부산지역 수산업계에 따르면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 대형트롤 어선의 경우 60척 모두가 조업을 포기한 상황이고, 대형 쌍끌이 어업도 40개 선단 중 조업에 나선 선단이 10개도 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업용 면세유(200L 1드럼)의 적정 가격을 7만원 선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17만원을 넘었다"면서 "선원의 건강보험료 인하와 어선과 선원에 대한 국고보조율 대폭 인상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농민들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파프리카, 고추 등 과일과 채소, 화훼를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농가의 경우 연료의 90% 이상을 경유 등 유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연료를 이용, 내부 온도를 높이는 하우스의 면적이 채소 2639㏊, 화훼 484㏊ 등 3123㏊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 농가에서 연료비 부담률이 30%에서 50% 전후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을 대표하는 조선, 화학, 섬유 등 5개 업종, 15개 업체를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및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업계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업체마다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석유 관련 원자재 공급이 수월하지 않아 납기지연이나 수주물량 감소 등을 해야 하는 업체들이 많으며, 원가절감, 거래선 다변화 등 업체들의 자구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부산지역 중고차 매매시장에 찬 바람이 불어 공식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이달 매출액이 평소에 비해 20~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