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베이징특파원 sjpark@chosun.com

이명박 대통령이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27일 베이징은 황사로 뒤덮여 있었다. 26일 내몽골에서 발생한 강력한 모래폭풍(사천바오·沙塵暴)이 불어와 베이징의 하늘을 온통 불투명한 잿빛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대통령을 맞이하는 중국 정치지도자들이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런 불투명한 색깔인지 모른다. 중국 지도자들 입장에서 보면, 취임 이후 한·미 동맹 강화를 잇달아 언급하는가 하더니, 미국 방문길에 일본을 들르는 형식으로 일본을 중국보다 먼저 방문하고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을 맞는 마음이 흔쾌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그런지, 중국 정부는 상대국 국가원수가 정상방문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날에야 상대국 대통령 특명전권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는, 외교사에 전례가 없는 외교결례를 했다. 신정승 신임 주중 한국대사는 이미 지난 6일 베이징에 도착해서 후진타오 주석에게 신임장 제정(提呈)할 날을 기다렸지만, 중국 외교부는 "후진타오 주석이 일본에서 돌아오면…", "후 주석이 지진으로 정신이 없어서…"라면서 차일피일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27일 오후 4시에야, 후 주석은 신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방중을 맞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7일 웹페이지 첫 쪽에 올린 "이명박의 평형외교"라는 평론은 중국 지도자들의 시각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 "CEO대통령이라는 이 대통령이 미·일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냉전사고에서 출발한 것은 아닐 것이다.… 훌륭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통령이 냉전사고로 가득 찬 사람들과 짜고 우리 중국과 소원(疎遠)해지거나, 중국을 견제하려는 그런 음모를 꾸미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문장은 부정문이었지만, 부정문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중국 특유의 기법으로 쓴 논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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