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오너경영 체제는 낡고 부패한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는 새롭고 신선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일부 진보 학자들의 주장이 여과없이 대중에 전달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더구나 요즘 일본이나 서구에서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감안하면 더욱 큰 착각이다.
최근 일본 학계와 기업에서는 한국 기업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비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도대체 무엇이 삼성으로 하여금 소니를 추월하고, 우습게 여겼던 현대차가 도요타를 추격하도록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오너경영과 그룹체제의 장점을 살린 빠른 의사결정,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설비투자, 창의적인 디자인 전략, 높은 기술투자 효율 등이 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몇 가지 대기업 관련 사건을 계기로 오너경영과 그룹체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것 같다. 반면 일본이나 서구에서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비결을 오너경영에 있다고 보고 그 장점을 연구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오너경영과 그룹체제는 잘못된 시스템인가. 많은 논자, 특히 한국의 진보학자들은 오너경영이 부의 분배를 왜곡하고 경영효율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는 효율적이고 개방된 경영을 가능케 하는 기업지배구조로 인식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단기적 기업성과에 집착하기 쉬워 위기가 닥치면 정리해고나 사업부 해체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진짜 큰 수익을 가져올 장기적 시각의 대형투자는 불가능하다. 뚜렷한 부존자원도 없이 국제무대에서 늘 새로운 대형투자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한국 기업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모델이다.
실제로 전 세계 기업 중 9할이 오너경영 체제이고, 오너경영이 가진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에 관한 연구가 전문경영인 체제의 주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또 그룹체제의 해체가 경제민주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고 있다. 혹자는 한국의 그룹체제를 2차 대전 이전 일본의 재벌과 똑같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과거식 일본의 재벌은 맥아더에 의해 해체되고 새로운 형태의 기업집단 혹은 기업그룹이 등장했으며, 지금은 그런 장점을 잘 살려가고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그룹체제는 지금의 일본 기업집단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기술이 복잡해지고 연구개발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적대적 M&A(인수·합병)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룹체제가 불가피하다. 세계 제조업의 톱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그룹경영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몇 가지 부작용 때문에 그룹체제도 비판받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이 역시 아이러니다.
국민들도 이제 진보학자들의 비판에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한국기업의 경쟁력인지 현명하게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것이 기업 스스로의 판단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결정이라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국제경쟁시대에 스스로 생존을 위해 진화, 발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이 기업이다. 이는 기업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 외부에서 단순한 잣대로 재단을 하려고 하는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결정은 기업에 맡겨 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