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스포츠부

22일 새벽 3시45분 킥오프한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결장하면서 많은 팬들이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월드컵을 빼고 한국 팬들을 이렇게 들뜨게 한 축구 경기가 없었지만 박지성은 '베스트 11' 선발 출전은 고사하고 18명의 엔트리 명단에서도 아예 빠져 있었다. 더구나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경기 이전 "박지성이 출전할 큰 가능성(great chance)이 있다"고 말한 터였다. 날밤을 새운 한국 팬 입장에선 분한 생각이 들만도 하다. 인터넷에서는 "앞으로 (상대팀인) 첼시 팬이 되겠다"는 맨유 팬들의 즉석 전향 선언이 줄을 이었고 "축구 끊겠다"는 화풀이 댓글도 달렸다. '냉혈한 퍼거슨'을 비난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팀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박지성을 뺐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세계 최고의 클럽을 이끌고 있는 그의 임무는 오직 승리이며, 이를 위해 최고로 효율적인 집단을 구성하려면 냉정할 수밖에 없다. 동양 선수의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기록 작성이나 선수 출신국가 팬들의 희망을 배려하는 것 등은 그 다음 문제일 것이다.

퍼거슨이 박지성 대신 오른쪽 윙으로 선택한 오언 하그리브스는 이날 유럽 스포츠 전문사이트인 스카이스포츠에서 10점 만점에 평점 8점을 받아, 한 골을 기록한 호날두, 미드필드 지휘자 폴 스콜스와 함께 팀 내 최고를 기록했다. '우승'이라는 결과만 놓고 봐도 이날 박지성 대신 하그리브스 카드를 택한 퍼거슨의 결정을 비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프로는 실력이다.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무대를 정복하려면 이번 경험을 바탕 삼아 '승리하고 싶다면 뺄 수 없는 선수'로 더욱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결승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