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대규모 경제단을 이끌고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자원외교에 나선 것이 국제경제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총리는 출국에 앞서 '쌍방향' 자원 외교 형태로 호혜적인 윈윈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 에너지 관련 기업뿐 아니라 각 분야의 많은 기업인들이 동행했으며, 적잖은 성과를 거둔 듯하다. 카자흐스탄 잠빌 해상 광구 지분 27% 인수 본계약 체결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3개국으로부터 3억 3700만 배럴 규모의 석유 광구 탐사권을 확보하였으며 가스전 탐사 계약, 우라늄 장기 도입 계약, 각종 개발 협력 MOU(양해각서) 등을 체결하였다.
반면 우리는 자원 수출국들의 '자원 민족주의'의 위력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들 자원 부국들은 소위 '자원 개발법' 등을 제정해서 외국 기업의 지분 참여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이미 체결된 계약까지 무효화시킬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는 자원외교의 앞길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원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 우리와 같은 자원 빈국인 일본, 기술과 자본에서 앞서는 선진국과의 경쟁에 한국은 과연 어떠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첫째, 자원외교는 치밀한 전략 수립하에 은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요란하게 자원외교를 외칠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협상에서 노골적으로 속내를 보여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원외교 자체가 19세기 제국주의 외교와 같은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데, 우리가 한국용 자원을 선별해서 요란하게 요구한다면 상대국의 기대치와 자원 단가만 높일 뿐이고, 우리는 더욱더 협상에서 수세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번 총리 방문에서 나타났듯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개발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압축적 경제성장 경험과 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IT, 전자, 건설, 플랜트, 교통, 물류, 금융 산업 등에 적극 진출, 이들의 개발을 도와주고 우리는 부족한 자원을 조달받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또한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 및 조화가 필요하다. 한 총리가 스스로 천명했듯이 자원외교의 주인공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다. 정부는 자원외교의 밑바탕이 되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후방에서 기업들을 지원해야 하고, 기업은 최첨병으로 실무적인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현 정부가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A부터 Z까지 전면에 나서는 정부 주도의 협상을 한다면, 향후에도 협상 파트너는 계속해서 우리 정부가 될 수밖에 없고 우리 기업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 뻔하다. 이번 방문에서 아쉽게 보이는 대목은 정부가 작전사령부와 돌격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라는 것이다.
넷째, 상대국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 유지 및 원활한 외교적 소통이다. 이번 방문 기간에 수많은 MOU가 체결되었으나 이러한 것들이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는 상대국과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을 하고 기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측면 지원을 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MOU를 체결하고도 우여곡절 끝에 4년 만에 본계약을 체결한 카자흐스탄의 잠빌 광구 지분 인수 사례에서도 보듯, 자원민족주의가 나날이 강화되는 오늘날에는 상대국과 긴밀하고 돈독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