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버시바우

알렉산더 버시바우(Vershbow) 주한 미국 대사는 19일 성신여대 초청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작년 4월에 OIE(국제수역기구)의 과학적인 지침을 바탕으로 쇠고기 시장을 재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작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과학을 따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작년 4월 한미 FTA타결에 따른 담화문에서 "저는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를 통해 쇠고기 수입 위생 검역 조건 협상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를 존중하며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할 의향이 있다는 점, 그리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으로 확인해주었다"고 발표한 대목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한 달 뒤쯤인 5월 말, OIE가 미국을 광우병위험통제국으로 발표하자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박홍수 농림부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선언하면서 "9월 중 수입위생 조건 개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9월 초 호주에서 APEC(아태경제협력체)이 열릴 때까지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고, 노 전 대통령은 APEC에서 부시와 만나 '조속한 시일 내 협상 타결'을 다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협상에 관여했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약속했지만 당시는 이미 한국이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어 협상 타결이 어려워졌고 미국도 이 같은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해 12월 대선 직후 타결한다는 쪽으로 암묵적인 양해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직후 미국은 다시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한다고 약속해놓고 지나치게 세월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노무현 전 정부와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 엇갈린다. 현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이명박 당선자가 노 대통령에게 한미 FTA는 노 대통령의 공이 아니냐. 그러니 쇠고기 개방을 마무리 해달라는 뜻으로 말하자 노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해놓고 나중에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고 했다. 그러나 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노 대통령이 작년 1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미국이 30개월 미만 쇠고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신경전은 전·현직 대통령의 간접 설전으로까지 비화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쇠고기 협상은 졸속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 세워놓았던 조건이 성취됐기 때문에 합의한 것"이라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봉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대통령이) 노무현이가 저지른 일을 설거지했다고 하신 모양인데 양심이 없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