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난 지 오래됐지만 마음은 늘 그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어린 제자들의 등굣길 지켜주는 일이라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전직 교장 출신의 장열성(張烈性·81·청주시 내덕동)씨는 매일 아침 7시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다. 20여분 힘겹게 페달을 밟아 도착하는 곳은 충북도청 인근에 자리잡은 중앙초등학교 뒷골목. 그는 도청과 청주향교를 잇는 도로에서 등교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정리를 한다. 학부모 봉사자들은 수시로 바뀌지만 장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이 곳으로 출근한다.
그는 문방구에 맡겨놓은 초록색 조끼를 입고 오전 7시 반부터 1시간 남짓 능숙한 솜씨로 깃발을 흔들며 차량통행을 조절하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지도한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등교하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우리의 미래가 이 녀석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이 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보람찬지 몰라요."
장씨가 어린이들을 위해 교통안전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11년 전인 1997년. 호적상의 나이가 실제보다 크게 줄어 70세 때 괴산 감물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45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한 그는 당시 거주하던 집과 가까운 중앙초 인근 골목에서 교통지도를 시작했다. 좁은 도로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시간대에 차량이 폭주해 교통이 매우 혼잡한 곳이다.
"우연히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 차량 접촉사고를 목격했어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내가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청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52년 중앙초에 교사로 첫 부임한 것도 그를 이 곳에 묶어놓은 인연이 됐다.
팔순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는 그를 보고 70세 이상 노인 12명은 최근 사랑나눔봉사회를 만들어 학교주변 교통정리와 방과후 순찰활동 등을 펴고 있다. 학교측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장씨와 사랑나눔봉사회 노인회원, 자원봉사 학부모 등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조촐한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중앙초 강금순 교감은 "장 선생님은 아무런 대가 없이 어린 제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시는 우리 시대의 참 스승"이라며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이 모두 장 선생님의 열성에 감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