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후 시작된 공무원 정원 감축과 부처 및 국·과 통폐합 작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작업의 선두에는 원세훈(元世勳) 행정안전부 장관이 있다. 행안부는 중앙 부처 공무원 정원을 3427명 감축한 데 이어, 최근 지방 공무원 1만명 감축안도 내놓았다. 지난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원 장관을 만났다.
―1만명을 줄이라는 데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지 않나?
"반기는 지방도 많다. 자치단체장들이 조직 슬림화를 하고 싶어도 노조 등의 반발 우려 때문에 못했는데, 행안부 지침을 핑계 대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자체 조직개편은 어느 정도까지 밀어붙일 생각인가?
"1만명 감축 성과를 올 연말에 분석해 저조할 경우 국·과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총액인건비를 하향 조정하는 등 감축 기조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인구가 감소하거나 재정력이 취약한 자치단체는 자율적으로 통합시키는 등 성과를 내는 구조로 변모시키겠다."
―중앙 부처에서 3427명의 정원을 줄였지만, 보직을 받지 못한 초과인력은 교육받고 있을 뿐 여전히 정부에 남아 있는 상태다. 정원이 줄어든 만큼 내보내야 공무원을 줄였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초과인원 중 꽤 많은 수가 최근 퇴직했다. 그러고도 남는 인원만큼은 공무원 신규 채용 때 덜 뽑으면 된다. 1년 안에 초과 인원이 다 해소될 것이다."
―32년간 공무원 생활 경험으로 볼 때 우리 공무원의 문제는 뭐라고 보나?
"공무원은 자기 위치에 따라 변해야 한다. 계급이 올라가면 변해야 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그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지금 많은 공직자가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잘 안 따라가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변화를 싫어하는 게 공무원의 문제다. 시대나 계급보다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한다. 주사는 사무관 시각을, 사무관은 서기관 시각을 갖고 움직여야 발전이 있다."
―현재 공무원 정년은 5급 이상 60세, 6급 이하 57세인데, 공무원노조는 6급 이하도 60세로 통일시키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공무원 조직 슬림화를 추구하는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것 같다.
"지난 2월 26일 국회 행자위에서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을 내년부터 2년마다 1년씩 연장해 2013년까지 60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의원입법안'을 심의 의결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으로 이달 중 본회의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일시에 정년을 올려주려는 것을 당시 중앙인사위원회(현 행안부로 통합)가 반대해 '단계적 연장'으로 바꾼 것이다. 전 정부이긴 하지만 어쨌든 정부도 동의해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지금 되돌리려 하면 공무원노조와 큰 분란이 생길 수 있다."
―공무원의 복지를 위해 하는 일은 없나?
"세종로와 과천 정부청사에 오는 7월까지 젖먹이 애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했다. 세종로 청사 구내식당과 헬스장도 리모델링 하도록 했다."
―기초 시·군·구를 3~4개씩 통폐합하고 시·도는 없애 지방행정 조직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생각은 없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뽑아놓은 상태여서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해보겠다고 나서면 인센티브 50억원을 지원하는 등 적극 도와줄 생각이다. 전남 여수·순천·광양, 충북 청주·청원도 통합 후보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쉽지만은 않다."
―서울시 부시장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당시 시장)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인지, 지금도 행안부 장관 위치를 뛰어넘어 대통령의 핵심 측근 역할도 하는 것 같다.
"대통령께 사심 없이 의견을 얘기한다."
―최근 일 중 하나를 소개하면.
"전윤철 감사원장 사퇴건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 지난 1월 대통령 당선자와 저는 전 감사원장을 모양 좋게 나가게 하기로 의견일치를 봤고, 3월초 제가 감사원장을 만나 그런 의사를 전달했다. 감사원장도 흔쾌히 동의했고, 퇴임준비를 해왔다. 감사원장을 교체하려면 국회 청문회뿐 아니라 동의도 받아야 하므로 섣불리 하다가는 모양만 나빠지고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간에는 감사원장이 안 나가려 버티고, 기존 코드를 180도 바꿔 현 정권에 맞춰 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 잘못 알고 나온 비판이다. 대통령도 이런 비판이 나올 것을 진작 염려했었다. 새 감사원장으로는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는데 두 분 다 나이가 많다는 약점이 있어 고민 중인 상태다. 감사원장은 70세가 되면 퇴임해야 하는데 두 분 다 4년 임기 중에 70세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이른바 '정부 혁신'을 홍보하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1층 로비에 만든 '정부혁신관'은 간판이 떼어지고 내부가 공사 중이던데 어떻게 바꿀 생각인가?
"'역대 정부의 발전과정'과 '대한민국 전자정부'라는 2개 부분으로 구성되는 정부전시관(가칭)으로 바꾸고 있다. 국새모형 전시, 역대 대통령 서명 코너 등 새로운 콘텐츠를 들여 방문객들에게 체험 및 볼거리도 제공할 것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초·중·고생들이 청사 내 국무회의장, 국새 보관실, 국가기반 보호상황실 등도 견학할 수 있도록 교육적 기능도 높일 생각이다."
원세훈 장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시 14회에 합격, 주로 서울시에서 32년여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2년 7개월간 행정1부시장으로서 호흡을 맞췄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5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