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가 지난 13일 본사 회의실에서 5월 정례회의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등에 대해 토론했다. 회의에는 김용준(전 헌법재판소 소장) 위원장을 비롯, 박기석(시공테크 회장), 김인묵(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방석호(홍익대 법학과 교수), 전용희(세종 변호사), 전원열(김&장 변호사), 김태수(동양합동 변호사), 하성란(소설가), 김민정(주부) 위원 등이 참석했다.

▲김인묵=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해 사람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다. 수입 반대를 주도하는 측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대응이 엉망이었던 점은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변명에만 급급하고, 과학자를 동원해 과학적으로 변명하는 것도 사후약방문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입장에 따라 과학을 다르게 해석하는데 이것은 과학을 악용하는 것이다.

▲김용준='PD 수첩'에 보도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제작진도 착오를 일으킨 것인지, 그렇지 않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인지가 궁금한데 방송의 어떤 내용에 문제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지적하지 못했다.

▲방석호='PD 수첩'의 반향이 컸던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들이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입 쇠고기 논란도 황우석 사건 때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요 매체들이 진실보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그만큼 국민들로 하여금 소모적 논쟁에 빠져들게 하고 특정 매체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야 밝혀지겠지만 진실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했나 하는 점은 되짚어봐야 한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 왼쪽부터 김태수 전원열 전용희 위원, 김용준 위원장, 방석호 하성란 김인묵 김민정 박기석 위원.

"정부·집권층에 대한 불신서 비롯"

▲김태수=정부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협상은 잘되었는지를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대들이 청계천 광장에 모여 마치 내일 모레 죽을 것처럼 정부를 성토하게끔 한, 많은 사실이 과장되었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박기석=민감한 문제일수록 신문이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의 항의에 따라 논조가 이렇게 저렇게 바뀌면 안 된다.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일수록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쪽저쪽 눈치를 보고 분위기에 따라 기사가 바뀌면 안 된다.

▲전용희=사람들이 미 수입 쇠고기를 불신하고 소문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정부와 집권층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년에 미국산 쇠고기가 제한적으로 수입되었을 때 여야 국회의원이 했던 소리와 지금의 여야 의원들이 하는 소리는 완전히 정반대다. 여야가 바뀌었다고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민정=아이 엄마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학교급식 문제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주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심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불안심리까지 가중되어 문제가 커진 것 같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언론은 '괴담'이라며 초기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보도를 하지 못했다.

▲하성란=정부와 신문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국민들은 정서상 매우 개방적이다. 그럼에도 위험성이 아무리 작다고 해도 구태여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올 필요가 있나 싶다. 광우병 주장 중에 괴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7일자 "'정도전 예언' 확산 과정" 같은 기사는 광우병 논란을 더욱 괴담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전용희=조선일보가 정부의 전략부재를 질타하긴 했으나 너무 늦었던 것 같다. 2일자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A1면), 경제초점(A31면)과 사설을 통해 '광우병 논란'을 보도하기 시작한 초기단계에선 독자가 보기에 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점차 정부협상의 졸속과 미숙한 대처를 비판했다. 과거엔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했던 기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태도가 바뀐 것에 대해 설명이 부족했다. 또 정부여당을 비판하다가 지금은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는 것도 독자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하도록 한 원인이다.

▲김태수=사람들에게는 희박한 확률도 크게 느끼는 본능이 있어 보인다. 항공기사고가 자동차사고에 비해 죽을 확률이 훨씬 적은데도 항공기사고가 크게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1명밖에 걸리지 않은 질병이 나한테 닥친다고 생각해, 마치 내일모레 죽을 것처럼 생각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곤혹스럽다. 떡을 먹다 죽기도 하고 식중독으로 죽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위험은 완전히 통제되지 않는다.

"먹거리 사범은 대부분 집행유예"

▲방석호=이슈가 먹거리다 보니 '효순·미선이' 사건보다 폭발성이 강했다. 가정주부들은 아이들 걱정차원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음에도 조선일보가 정치적으로 해석했고, 또 너무 늦게 사태에 접근했다. 신문은 방송보다 훨씬 이성적으로 호소하고 분석할 수 있는 매체인데도 자극적인 방송이나 신속성을 자랑하는 인터넷의 뒷북만 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신문의 미래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다는 것을 아쉬워해야 한다.

▲하성란=중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온 것에 대해 아이들에 대한 심리적 접근 없이 단지 '배후세력 있다' '좌파세력 있다' '무슨 연예인 있다'식으로 보도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개인적이다. 자기 의견 또한 뚜렷하고 더구나 이 사안은 급식 등으로 인한 자신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였다. 그런데도 선생님과 연예인을 따라나선 것이라는 식의 보도는 중고생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촛불집회 사진도 여학생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남학생도 많았다.

▲김민정=민심은 광우병으로 들끓고 있는데 대통령을 부각시키는 듯한 5월 1일자 "'대통령 따라하기' 요즘 관가는…" 기사를 보면서 과연 신문이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의구심이 들었다. 3일자 "北 노동신문, 美 쇠고기 수입 대가 치를 것" 기사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른 의도로 비칠 수 있다.

▲김인묵=이번 사태를 보면서 제일 안타까운 것은 쇠고기를 한국산, 미국산, 호주산으로 분명하게 구분해 소비자들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하면 되는데 이게 안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것을 막아 소비자들이 원하는 쇠고기를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엄격한 통제가 있어야 한다. 차제에 철저하게 유통조사와 전수검사를 해 정확한 데이터를 국민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몇 개월만 철저하게 조사해도 확 달라질 것이다.

▲김용준=먹거리 문제 사범은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우리 법원이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것도 문제다.

▲박기석=음식문제로 좌우로 나뉘고 서로 눈치를 보아가며 이야기를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치적으로 변질되다 보니 소신 있게 이야기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후진성을 보는 것 같다.

▲전원열=광우병뿐만 아니라 중금속으로 오염된 중국산 곡물 등도 큰 문제다. 음식물에 관하여 소비자를 기망하는 사람들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단순 이성교제'도 이혼 사유, 과장 표현

▲김용준=지난달 Why? 섹션에 실린 홍정욱 국회의원 당선자의 인터뷰 기사는 인상적이었다. 강인선 기자가 매우 공격적으로 질문을 했던데, 나중에 독자면에 실린 강인선 기자의 설명을 읽고 보니 아주 신선한 시도로 느껴졌다. 신문의 인터뷰 기사에서 인터뷰 수준이 높아지려면 야박한 질문이 많아야 한다. 인터뷰하는 사람을 선전해주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박기석=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다. 유산은 타고난 운명이지 죄가 아니다. 그런데도 재산이 많으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재산형성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히 기사화해야겠지만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정상적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까지 떳떳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아선 안 된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부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율배반적인 경향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많은 것 같다.

▲전원열=12일자 사회면에서 "'단순 이성교제도' 이혼 사유"라는 제목의 기사는 읽어보니 제목이 너무 과장됐다. 다른 언론은 어떻게 제목을 달았나 살펴보니, 아주 작은 인터넷 언론사도 '간통 증거 없는 교제도 이혼사유'라고 제대로 제목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