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문제에 대한 자성론(自省論)을 펴고 있다. 그는 14일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 조직과 국민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했고, 13일 국무회의에선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소통문제에 있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부 부처에 국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발언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깔려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일부 참모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내가 일만 하는데 치우쳐 (국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했던 것 같다" " 정치적인 배려나 홍보를 간과했었던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의 A의원은 "이 대통령이 취임 초 정부조직개편 등 작은 정부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열중하다 보니 정부의 정무나 홍보기능이 약해진 데다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에도 부족했던 점을 잘 인식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과 만난 B당선자는 "이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퇴임 전 타결하겠다는 노무현 전 정부의 약속 등을 정치적으로 너무 (순진하게) 믿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중요 사안들에 대한 정치적 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직접 대화 채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대선기간에도 '타운미팅'을 통해 현장을 찾아다녔다"면서 "국민 속으로 직접 파고들어 대화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야당과의 실질적인 대화가 국민 소통의 한 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야당 지도부와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히 젊은이들과의 의사소통에 대해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미(fun)가 없으면 의미가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 개그 프로그램을 일부러 유심히 보곤 한다"면서 "사실 내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다. 지난 대선 때는 여느 후보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후보로 분류되곤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보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중진들은 이 대통령에게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주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 대통령이 매사를 너무 기업 경영하듯 한다"며 "단순한 홍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 사안을 멀리 내다보고 대처하는 신중함이 부족하다"고 했다. 박근혜 측의 한 중진은 "이 대통령이 너무 여기저기 나서면 오히려 정부의 시스템적인 소통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면서 "소통을 하려면 포용하고 끌어안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고 했다.

역대 정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의사소통의 실패이고, 그걸 뻔히 알면서도 소통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정치의 어려움이다. 역대 정권이 정치적 위기를 맞기 시작할 무렵이면 늘 '소통이 문제'라며 홍보 강화 방안이 등장하곤 했는데 이명박 정권은 그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