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북구 월출동 테크노파크에 자리한 ㈜휘라포토닉스. 1층 '클린 룸'에서는 하얀 방진복장 직원들이 광통신 핵심부품인 광분배기(splitter, 광신호를 여러 개의 신호로 나눠 여러 가입자가 동시에 동일한 신호를 받을 때 사용하는 광통신 소자)를 제작하고 있었다.
분배기의 주된 몸체는 지름 5㎝인 웨이퍼(주성분 유리)를 작게는 15㎜×1.5㎜, 크게는 30㎜×4.0㎜ 크기로 자른 칩(소자). 이 칩의 표면에 빛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상하와 좌우 각 6~7마이크론, 1마이크론은 1㎜의 1/1000)를 만들고 있었다. 김원희(45) 이사는 "최종 생산품이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는 비율(수율)이 95%"라며 "업계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광분배기로 매출액 100억5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중 30억원어치는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어 일본 등지에 수출했다. 이 회사는 1999년 전남대 공대 신소재공학부 실험실에서 문종하(45) 교수와 대학원생들로 출발한 벤처였다.
이처럼 광(光)산업(photonics) 분야에서 지난해 100억원 이상 매출을 보인 기업만도 LG이노텍 광주공장, 심포니에너지㈜, 신한포토닉스㈜, 서울반도체 광주공장, 대방포스텍㈜, ㈜오이솔루션, 옵시스 테크놀로지㈜, 글로벌 광통신㈜, ㈜프로텍 등 10개 업체. 올해에는 ㈜코어넷, ㈜포토닉스트레이그룹 등 7개 업체가 '매출액 100억원대 클럽'에 새로 가입할 전망이다.
광산업이란 빛의 파장성·입자성·에너지 등 특수 성질을 이용하는 떠오르는 신산업이다. 지난해 광주지역 광산업은 302개 기업, 총 매출액 9444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1999년의 경우 47개사에 매출액도 1136억원에 불과했다. 광주가 '생산의 불모지(不毛地)'를 벗어나기 위해 2000년부터 광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채택, 집중 육성해온 결과다. 지난 8년 동안 업체수는 6.4배, 매출액은 8.3배 급성장하는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광산업이 광주에 모였다"
광주 테크노파크 한국광기술원 시험생산센터 '클린룸'동. 광통신 업체 ㈜코셋이 이곳에 조립·검사라인 등을 두고, 빛의 신호를 증폭시키는 광증폭기의 핵심부품 '펌프레이저'를 생산하고 있었다. 지름 0.9㎜ 광파이버(빛의 신호를 전달하는 유리선)의 끝을 렌즈모양으로 깎는 이 공정은 0.1마이크론(1만분의 1㎜) 수준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고도의 정밀성과 청정한 작업환경이 요구돼 이 '클린룸'을 이용하고 있다.
올해 1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는 이 회사는 2005년 경기도 성남에서 이전해왔다. 윤민기(39) 경영지원팀장은 "당시 광주가 광산업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있어서 이전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전해온 때부터 법인세 5년간 완전면제, 벤처지원센터 5년간 입주, 현지인력 고용 임금의 50% 지원 등의 혜택을 광주시로부터 받아오고 있다. 업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의 최첨단 장비도 단지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광산업 분야 기업들과의 정보교환도 빠뜨릴 수 없는 장점이었다.
이처럼 광주로 이전하거나 창업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이곳 테크노파크에는 광산업 분야 연구기관과 연구대학이 집적돼 있다. 한국광기술원을 비롯, 극초단 광양자빔 등 원천 광기술을 연구하는 고등광기술연구소, 광통신기술을 연구하는 ETRI광통신연구센터, 신산업발전법에 따라 광산업분야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한국광산업진흥회, 첨단부품소재와 나노산업분야 기술을 지원하는 생산기술연구원광주본부가 있다. 광섬유와 광통신분야를 특성화하여 집중 연구하는 광주과학기술원도 단지 안에 있다.
◆광산업 중심도시로 성장
광주는 오랫동안 '소비도시'였다. 전남 한가운데 자리해 교육과 문화로, 그리고 소비기지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광주의 뿌리인 전남의 인구가 줄고 농업 등 경제력이 침체되자 광주도 성장속도가 느려졌고, 1990년대를 지나며 대전 등에 역전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이렇다 할 정도로 내놓을 만한 산업분야가 없었다. 그 고민의 결과가 "이제 생산도시로 바꿔보자"며 전혀 새로운 산업분야인 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동차산업, 가전산업 분야였다. 광주지역 광산업체 수는 경기(29.2%)에 이어 두 번째(20.8%)다.
광주시는 내년 '세계 광엑스포'를 연다. "이젠 광주가 광산업의 중심도시"라는 것을 세계에 선포하겠다는 뜻이다. 비약적 성장세에 따라 2010년 광산업 분야 생산액을 7조2000억원으로, 현재 5180명인 고용도 3만2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