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두 뿌리인데, 왼쪽에는 흰 가지가 오른쪽에는 자줏빛 가지가 달렸다. 붉은 나방과 흰 나비 한 마리가 엇갈려 난다. 벌과 개미가 각각 두 마리, 방아깨비 한 마리, 그리고 자세히 보면 자줏빛 가지 줄기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기어간다. 바닥에는 산딸기가 덩굴로 뻗어가고, 그 뒤로 쇠뜨기풀이 무리지어 자란다. 꽤 복잡하다. 가지, 산딸기, 쇠뜨기풀, 방아깨비, 개미, 벌, 무당벌레, 나비, 나방 등 무려 9가지 소재를 동원했다.

흰 가지는 백은가(白銀茄)라 해서 특히 상품으로 친다. 주렁주렁 달린 가지는 오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자손을 뜻한다. 가지는 한자로 가자(茄子)인데, 음만 취하면 가자(加子) 즉 아들 더 낳으란 말이 된다. 산딸기는 복분자(覆盆子)다. 정력에 좋아 요강을 엎는다는 것은 상스런 말이고, 사실은 열매의 생긴 모양이 항아리를 엎어놓은 것 같대서 붙은 이름이다. 덩굴로 뻗어간다. 쇠뜨기는 요즘 엔간한 풀밭을 아예 통째로 점령하고 있는 잡초다. 줄기 뿌리로 뻗어나가 주체가 안 될 정도다. 세 식물 모두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다 자식 많이 낳으란 뜻이다.

방아깨비는 한자로 종사(�斯)이고, 한꺼번에 알을 99개 낳아 많은 자손을 뜻한다는 것은 앞서도 말했다. 벌과 개미는 여왕개미 여왕벌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한 충성을 자랑한다. 개미와 벌은 군신 간의 의리를 뜻한다. 봉기(蜂起)나 의부(蟻附)란 말이 있는 데서 보듯 이들은 협동과 단결로 외적을 물리치고 먹잇감을 사냥한다. 경우에 따라 형제간의 우애로도 읽힌다.

나비와 나방은? 이것들은 모두 애벌레의 단계에서 번데기로 변했다가 탈태(脫�)하여 훨훨 날아간다. 번데기의 온축을 거쳐 허물을 벗고서야 하늘로 나는 것은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을 닦아 벼슬길에서 포부를 마음껏 펼치는 것과 같다. 변화와 발전의 코드다.

마지막으로 하나, 무당벌레가 남았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무당벌레는 딱딱한 갑옷을 입은 것 같아 갑충(甲蟲)으로도 부른다. 갑옷은 갑제(甲第), 즉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하라는 뜻이다. 무당벌레는 등딱지에 7개의 점이 있어 흔히 칠성무당벌레로 불린다. 칠성은 북두칠성이니, 태산북두(泰山北斗)와도 같이 우뚝한 존재가 되란 의미도 된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합쳐 읽으면 이렇다. 귀한 자식(가지) 덩굴져 퍼져가듯(산딸기, 쇠뜨기풀) 많이 낳고(방아깨비), 과거에 장원급제해서(무당벌레), 임금께 충성하며(벌과 개미), 변화 발전하여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나비, 나방) 바란다.

담긴 뜻이 참으로 지혜롭고 아름답지 않은가. 중국에도 일본에도 이런 그림은 없다. 이 그림은 신사임당의 화훼초충도 병풍 8폭 가운데 하나다. 후에 수본(繡本)으로 정착되어 여성들의 꿈과 이상을 담은 규방의 지킴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