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프로야구 배트의 세계에도 패션 시대가 도래했다.

다양한 색상의 방망이가 팬들의 또다른 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갈색, 흰색, 검은색 등 딱 3종류 색깔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선수마다 선호하는 색깔이 다양해지면서 여러가지 색깔의 배트를 구경할 수 있게 됐다.

▶ 10여가지 배트색, 최고 인기는 오렌지

국산배트 제조업체인 맥스사의 공금석 사장은 "예전에는 배트 색깔이 3종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주문받는 색깔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고 밝혔다.

가장 인기있는 색깔은 화려한 오렌지색 계통. 공사장은 "우리가 만드는 배트의 약 80%가 오렌지색이다. 프로야구 타자 전체를 따져도 5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타자들마다 한 가지 색깔의 배트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타자들의 배트 가방을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색깔의 배트를 볼 수 있다.

타자들이 배트 색깔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역시 타석에서의 성적이다. 예를 들어 검은색 배트를 들고 나가 홈런이라도 쳤다면 이후 좀처럼 색깔을 바꾸지 않는다. 일종의 징크스다.

▶ 소장파는 알록달록, 노장은 무채색

미국산 배트인 'D배트'의 국내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I스포츠의 이수민 사장은 "시각적인 기호와 징크스에 따라 선수들이 배트 색깔을 결정한다. 우리 회사가 공급하는 배트를 보면 오렌지색, 자주색, 검은색, 일반나무색, 흰색 등 다양하다"며 "그래도 자세히 살펴보면 젊은 선수들은 밝고 화려한 색깔을 선호하고, 베테랑 타자들은 대개 점잖은 색깔을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8일 경기를 살펴봤더니 한화 김태균 이범호, KIA 이용규, SK 조동화 등 젊은 선수들은 오렌지색 계통의 배트를 들고 나온 반면, 두산 김동주, SK 박재홍, LG 최동수, 우리 브룸바 등 30대 이상의 고참 선수들은 검은색 또는 나무 원색을 그대로 살린 배트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색깔은 눈만 즐겁게 할 뿐

배트의 색깔이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색깔에 따라 기술적 기능이나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트의 반발력이 달라진다거나 색깔을 입힌 배트가 더 비싸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수민 사장은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배트 색깔은 단지 시각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지 타구의 질과는 상관없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다양한 배트의 색깔은 어떻게 만들어낼까. 공금석 사장은 "서로 다른 색깔의 도료를 섞어서 선수들이 주문하는 색깔을 찾아낸다. 빨간색과 검은색을 섞으면 짙은 갈색이 나오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농도를 달리하면 색깔도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야구규칙 1.10(d)에는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색배트는 담황색, 다갈색, 검정색에 한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규정대로만 엄밀히 따지지는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규정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오렌지색, 짙은 홍색 등의 배트는 포괄적으로 담황색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인정을 하는 것이다. 완전히 빨간색이나, 노란색, 파란색 등이 아니라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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