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친기업 정책과 규제 완화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행정안전부가 도로에서 좌회전이나 U턴 허용 구간을 대폭 늘리겠다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대통령에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구체적 방법이라는 것이, 전국 경찰서별로 한두 곳 정도 좌회전 신호나 U턴 구간을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국 경찰서 숫자가 아마도 250개 정도 되는지, 그렇게 하면 경찰청으로서는 많게는 500군데 정도 규제를 풀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행정안전부가 모처럼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그 해법으로 제시된 방안에는 여전히 뿌리 깊은 규제 마인드, 즉 관이 구체적으로 허용해 주는 행위만 국민은 할 수 있고, 따라서 국민의 자유 영역을 관이 나서서 일일이 지정해 주겠다는 이른바 '포지티브 시스템'의 사고방식이 전제되어 있다.

모든 시민은 기본적으로 공권력으로부터 자유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는 그들이 일상에서 가장 사소하면서도 가장 가깝게 공권력과 접촉하게 되는 거리에서부터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의 의식에 내재된 자유의 폭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자유민주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공권력으로부터 명확히 허용받지 않은 모든 행동이 금지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민들도 그렇게 알고 생활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받아들이 있다. 그 뼈아픈 대가는, 시민의 일반적 자유 확대라는 근대 시민사회의 발전 방향에 동참하지 못하게 되는 추상적 비극에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국민의 창의성이 꽃피지 못하게 돼버리는 아주 값비싼 것이다.

U턴 규제에 관해 행정안전부가 일단 관심을 가졌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단계로 문제점을 짚어보는 차원에서 깊은 고민이 있었어야 한다.

우선 규제의 집행 실무 측면에서, 과연 규제의 근거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바꾸어 말하면 U턴을 일반적으로 명백히 금지하고 있는 법률에 따라 단속이 집행되고 있는지를 따져보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도로 위에서 경찰관들이 U턴을 단속하고 있지만, 우리 도로교통법 어디에도 특별히 U턴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장소에서 U턴을 일반적으로 금지한다는 의미의 명문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아쉽게도 대법원이, 아마도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 정리된 법률적 주장을 하지 못한 까닭에 일상적 규제마인드에 입각하여 그렇게 판단한 판결이 하나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그러한 일반적 U턴 금지가 과연 합리성에 근거한 것인지를 규제 자체의 정당성 측면에서 검토하였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는 없는 일반적 U턴 금지 제도가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어떠한 특수성 때문에 그 존립 가치를 부여받아야 하는지에 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금지 구역 외에는 U턴을 일반적으로 허용한다면 다음 사거리의 교통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료 절감에도 기여하는 이점만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제는 그 자체를 풀어야 할 것이고, 이와는 반대의 결론이 나온다면 이러한 규제를 명문으로 입법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여야 할 일이다.

마침 이번 정부에서 규제법령 개혁의 임무를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은 이석연 법제처장이 U턴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소신을 언론에 밝혔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발상에 입각한 입장으로 보여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