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고 피천득 선생은 5월을 두고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이며, 밝고 맑고 순결한 달'이라고 노래하셨다. 그런가 하면 5월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겸 가정의 날, 19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과 행사가 집중되어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기념일에, 꽃과 선물을 주고받는 의례적인 기념일 챙기기로 인해 식상한 감이 없진 않지만 올해만큼은 특별히 이런 날의 의미를 되짚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과 인권을 도모하고 보호하기 위해 85년 전 제정된 날이 어린이날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혜진·예슬이 사건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프다. 부채 때문에 어린 자녀를 차에 태운 채 강물로 뛰어들어 동반자살한 가족의 기사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안타까움과 함께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자녀학대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카네이션 꽃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가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무거운 어깨를 옮기던 이 땅의 아버지들도 5월의 하루만큼은 붉은 카네이션 한 송이 가슴에 달고 어깨 쫙 펴고 걷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그런 계절인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 TV에 보도됐던 해외고려장에 대한 내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해외로 이민을 간 자식이 재산을 빼앗기 위해 부모를 먼 이국땅으로 불러놓고 말도 안 통하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낯선 땅에 내려놓아 그야말로 국제미아를 만들어버린 그 인면수심이 무섭다. 또 보험금을 타내려고 노부모를 살해한 극악무도한 자식들도 있다. 돈 앞에서는 부모도 몰라보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부부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늘어나는 이혼율, 갈수록 심화되는 개인주의는 이제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는 2.9명으로 줄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전체가구 중 20%에 이른다. 이 가운데 50세 이상 고령층의 황혼이혼을 비롯해 하루 평균 342쌍의 부부가 갈라서고 있다고 한다.

가정과 가족은 사회구성의 최소 단위로서 우리는 이 안에서 기본적인 사회질서를 배우고, 윤리도덕과 예의범절을 익히며, 가치관을 형성한다.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국가발전을 꿈꿀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 기본적인 의식주가 보장되는 사회,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 국가경제의 발전도 나라의 부강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