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권진영(19)양의 이력은 남다르다. 중학교를 상위권으로 졸업한 뒤 대안학교에 진학했지만 적응에 실패, 다시 편입시험을 쳐 명지외고에 합격했다. 외고 첫 시험 결과, 전교 300명 가운데 꼭 '절반 등수'에 그쳤지만 결국 서울대에 합격했다.
대안학교에서의 실패
중3 때 최상위권의 성적이었던 권양은 고교진학 대신 대안학교 행(行)을 결심했다. "대안학교의 자유롭고 지적인 분위기가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주위의 만류도 모두 뿌리치며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막상 입학한 뒤에는 대학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왔다. '프리스쿨'인 대안학교는 입시를 위한 학교가 아니었던 것이다. 학교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서 수업을 빼먹고 지각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포자기한 생활에 젖어갔다.
1학기가 다 지나도록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고 다니는 학생들을 일부러 무시하고 깔봤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다. 결국 명지외고 편입시험을 쳐 1학년 2학기부터 외고에 다니게 됐다.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다
외고에 입학한 뒤 갑자기 성적이 오르거나 학습태도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성적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교우관계도 원활치 않았다. 권양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자신의 속내를 진실되게 보여주고 상대방의 참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 교만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권양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문제집을 풀어도 '문제수준이 너무 낮아' '이따위 잘못된 문제가 어딨냐'는 식으로 건성으로 풀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뒤부터는 한 문제를 풀더라도 출제자 의도를 따지는 버릇이 생겼다.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교회를 다니며 아침마다 1시간씩 기도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고2로 올라가면서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뒀다. 공부는 넘쳐나는 '양'이 아니라 촘촘한 '질'이라고 느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도 억지로 책을 펴지 않았다. 쉴 때 쉬고, 공부할 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학교 수업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집중했다. 몇몇 친구는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했지만 권양은 달랐다. 어떤 시간이든 그 수업에 충실했다. '별 내용이 없다'고 덮어두었던 교과서를 다시 꺼내 몇 번이고 정독했다. 학교수업에 집중하고, 자신을 낮추면서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야 내 것이 된다
누구나 수능에서 기출문제를 많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권양은 "평가원이 요구하는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각 과목마다 수십권씩의 문제집을 푸는 학생들이 많지만 권양은 각 과목별로 기본서는 1권, 문제집은 3~4권만 봤다. 대신 책에 나온 사소한 문구라도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봤다.
실수로 틀린 문제가 있더라도 '실수로 틀렸네'라며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실수로 틀린 것에도 다 이유가 있고, 자신의 실력을 과신해 틀린 문제를 제대로 짚지 않으면 다음에도 똑같은 실수로 문제를 틀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틀린 문제는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해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권양은 "단순한 암기과목을 공부하더라도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면서 공부한 것'과 '무작정 외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반복해서 보고 깊게 생각하면서 공부하면 정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