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0시30분 이화여대 캠퍼스 내의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앞. 지상 건물은 없고 땅 밑으로만 지하 6층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 개관식을 앞두고 총학생회 소속 학생 15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건물엔 세미나실과 강의실, 행정지원부서 등과 함께 각종 고급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위 학생들은 푸른 천막을 치고 그 앞에서 '학교 내 상업시설 반대' '총장님이 직접 대화해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대학 캠퍼스 내로 고급 상업시설이 속속 진출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다.

◆고급 상업매장 캠퍼스로 진출

이화여대 ECC에는 지하 4층에 개관식을 갖기 전 이미 교보문고와 편의점 GS25, 유명 꽃매장 'Soho&Noho' 등이 입점해 성업 중이다. 앞으로 영화관 씨네큐브, 스타벅스, 피트니스센터 등이 추가로 입점할 예정이다.

29일 오전 11시쯤 이화여대의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개관식을 앞두고, 학생들이 교내에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 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고려대는 2004년 엄청난 논란 속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이후 던킨도너츠, 버거킹, 파파이스 등이 들어서면서 학생들 사이에 '고엑스(고려대+코엑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서울대도 지난해 3월 자연과학대 연구동 2층에 CJ푸드빌의 베이커리 카페 '투썸플레이스'와 비빔밥 전문점 '카페소반'이 오픈했다. 서강대는 아예 캠퍼스 내에 할인마트 '홈플러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삼성테스코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학들이 외부 상업시설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재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수미 이화여대 학생처장은 "상업시설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금은 모두 건물 운영비와 장학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내 물가 덩달아 올라" vs "깨끗하고 편리하면 그만"

상업시설이 입점할 때마다 학생들 사이의 논란도 만만찮다. 반대하는 학생들은 "가뜩이나 등록금도 비싼데, 학교 내 물가까지 덩달아 올라 괴롭다"고 한다. 실제로 이화여대에서는 스타벅스 입점 소식이 알려진 뒤 기존 교내 커피숍인 '이화사랑'의 커피 값이 400원 올랐다.

학교측은 "가격경쟁이 일어나 오히려 학내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총학생회측은 "기존의 교내 편의시설들이 외부 상업시설에 물가를 맞추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CC에 입주한 'Soho & Noho' 꽃집의 경우, 꽃 한 다발 가격이 3만~10만원 수준. 총학생회측은 "아무리 좋은 시설이 들어오더라도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위화감만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편리한 시설이 생기는 게 뭐가 나쁘냐"며 환영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편이다. 이화여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ECC 상업시설을 이용해 본 학생들의 소감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 중에는 "'이화서림'은 계산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교보문고에서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 "다른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는 내용들이 주류다. 한술 더 떠 "한솥도시락을 입점시켜 달라"는 추가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