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을 100여 일 앞둔 선수들에게는 개인 생활이 없다. 피땀을 흘리며 훈련, 또 훈련을 거듭할 뿐이다.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향한 선수들의 열정이 넘치는 곳, 한·중·일 국가대표 선수촌을 조선일보, 중국청년보,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둘러 봤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표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선수들의 가슴마다 붙어있는 태극기, 그 다음은 베이징올림픽 공식 엠블렘이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 태릉선수촌은 올림픽의 해가 되면 어느 때보다도 분주해진다. 400여 국가대표 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을 메달을 위해 땀과 눈물을 쏟고 있는 선수촌을 찾아갔다.
■수도원 같은 숙소
선수 숙소는 수도원을 연상시킨다. 침대, 책상 2개씩과 소형 냉장고, 붙박이장이 가구의 전부다. 키 2m22인 농구 선수 하승진같은 '특별 케이스'도 있지만 2명이 방 1개를 나눠 쓰는 게 원칙이다. 청소와 빨래는 선수 각자의 몫이지만 세탁시설 등이 잘 돼있어서 불편함이 없다. 리모델링을 통해 '챔피언 하우스'라는 새 이름을 얻은 선수회관은 영화관, 세미나실, 도서관, 영상 분석실, 어학실 등을 갖추고 있다. 남자 하키 조성준 감독은 "촌외 훈련이나 전지 훈련을 가보면 태릉선수촌이 얼마나 편하고 운동하기 좋은 곳인지를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태릉선수촌이 집이죠"
1990년부터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3연패(連覇)를 달성한 김태현(39)은 삶의 절반 가까이를 태릉선수촌에서 보냈다. 19살 때인 1988년 태릉선수촌에 입촌, 17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2005년 은퇴해 태릉선수촌을 나올 때 바깥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집 같은 태릉선수촌에서 가족을 만든 경우도 있다. 유도의 김병주·김미정, 배드민턴의 김동문·라경민, 탁구 김택수와 양궁 김조순이 태릉선수촌에서 평생 배필을 찾았다. 현역 국가대표 중 남녀 핸드볼 대표팀 수문장 강일구·오영란 커플은 불암산 크로스컨트리를 하다가 '불꽃'이 튀어 결혼했다.
■올림픽 영광을 위해
1966년 건립된 태릉선수촌 내 건물 이름은 올림픽 승리를 기원하며 붙여졌다. 남자 선수 숙소는 '올림픽의 집', 여자 숙소는 '영광의 집'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름은 '월계관(月桂館)'이고, 맞은 편의 '개선관(凱旋館)'에서는 체조, 탁구, 역도, 태권도 선수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레슬링, 유도, 복싱 등 투기(鬪技) 종목 선수들은 '필승관(必勝館)'에서, 배드민턴과 육상 선수들은 '오륜관(五輪館)'에서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1973년에 만들어져 현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승리관(勝利館)'은 배구 선수들의 훈련장이다.
■훈련장만큼 중요한 식당
태릉선수촌 식당은 훈련장 못지 않게 중요한 곳이다. 올림픽에서 100%의 기술과 투지를 발휘하기 위한 태극전사들의 밑거름은 다름아닌 '밥 힘'이다.
선수촌 식당에는 한식, 중식, 양식, 일식에 퓨전 요리까지 호텔 뷔페가 부럽지 않은 메뉴가 차려진다. 1주일에 20㎏짜리 쌀 40~50포대, 400~500㎏의 김치가 소비되고 조리사가 28명이나 된다.
점심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스테이크가 빠지지 않으며 보통 12종류의 반찬이 나온다. 여자 양궁 국가대표 곽예지는 "태릉 밥이 너무 맛있다 보니 살이 찔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1987년부터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 한정숙(44)씨는 "자장면, 짬뽕, 도가니탕이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이 청국장도 잘 먹는다고 한다.
물론 음식을 마음껏 못 먹는 복싱, 레슬링, 유도 등 체급 종목이나 여자 체조 선수들은 식기를 반납할 때마다 아쉬운 표정이 가득하다.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은 체구에 비해 식사량이 적고, 초밥을 잘 먹는 것으로 유명한 수영 박태환은 호박파이 같은 디저트류도 굉장히 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