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살고 있는 50대 문학주부가 문학 강의를 위해 부천을 찾은 국내 유명 시인과 소설가 60여명을 만나 그들이 쓴 시집과 소설책 100여권에 친필 사인을 받아 보관중이다.

원미구 중동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구정혜(50) 씨는 지난해까지 7년간 매월 1회씩 열린 문학나들이 강의에 참석해 강의 전이나 강의가 끝난 후에 작가를 찾아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인을 받았다.

구 씨가 만난 대표적인 작가들은 박완서·김훈·박범신·오정희·문정희·신경숙·성석제·문태준 씨 등이다. 친필 사인을 받은 작품은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 '아주 오래된 농담' '어른노릇 사람노릇' '호미' '친절한 복희씨', 김훈의 '칼의 노래' '현의 노래' '자전거 여행', 문태준의 '맨발' '누가 울고 간다', 신경숙의 '종소리' 등이다.

"작가의 강의 일정이 정해지면 미리 작품을 읽거나 책을 구입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작가들의 친필 사인을 받으면 진짜 내 책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인이 있는 책은 누가 빌려달라는 소리도 못해요."

구정혜 씨가 자신의 집 책꽂이에서 유명 작가들이 사인해 준 책을 꺼내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구 씨는 유명 작가들과의 만남은 물론 지역의 문학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정 형편으로 어린 시절에 못 다 펼친 문학의 꿈을 다시 꽃피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생때 오빠가 사다 준 '성냥팔이 소녀'를 읽고 슬픔이란 감정을 처음 느꼈어요."

구 씨는 1990년대초 부천문인협회 주최 백일장에서 작품이 당선되면서 문학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3년부터 부천의 대표적 문학단체인 복사골문학회서 활동하고 있다. 한때 이동도서관에서 근무해 책 속에 파묻혀 살았으며 뒤늦게 대학을 졸업했다. 최근에는 복사골문학회 소식지 편집주간을 맡아 부천의 문학소식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는 요즘도 한달에 평균 10권 정도의 시와 소설책을 읽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소설 '쿨하게 한걸음', 시집 '배꼽', 산문집 '행복한 난청'을 읽고 있다. 책에 대한 정보는 주로 신문의 신간 소개 기사에서 얻는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시와 소설책만 500여권이나 있다. 책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주변에 알려져 독지가로부터 50여권의 책을 선물받기도 했다.

구 씨는 낮에는 수퍼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어휘와 명문장 정리 및 습작 활동을 한다. 지난해부터 다시 모으기 시작한 습작 노트가 벌써 10여권에 이른다고 했다. 결혼 전까지는 일기를 계속 써왔다고 한다.

"문학 책은 보석보다 더 귀하지요. 시나 소설 같은 책 속에 모든 사람의 삶이 들어 있잖아요. 책이야말로 내 인생의 진정한 스승입니다."

한자에도 관심이 많아 2년 전에는 한자1급(3500자) 자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는 한자 실력을 이용해 평소 알고 지내는 한 대학 교수가 이문구·계용묵·김정한·박완서 등의 소설어 사전을 내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자로 쓰여진 일부 작품들을 번역해 준 것이다.

구 씨는 "유명 작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문학나들이가 없어져 안타깝다"면서 "부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