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정 국회의장이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 후보 3명을 선임하지 않아 방송의 선정성·편파성을 심의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설립이 2개월째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선정성·폭력성 논란을 일으킨 프로그램 등 문제 방송 80여건이 방치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정부가 설립하기로 한 민간 독립기구로, 기존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능을 통합, 방송·통신의 내용에 대한 사후 심의를 맡게 된다. 하지만 현재 방통심의위는 설립요건인 9명의 위원 중 대통령과 국회 방통특위가 추천권을 가진 6명만 선임됐고 국회의장 몫인 3명이 선임되지 않아 설립이 늦어지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28일 "지난 3월부터 공문으로 방통심의위원 추천을 요청했으나 국회의장이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심의위원 3명의 추천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이달 14∼18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IPU(국제의회연맹) 총회 참석차 지난 11일 출국, 귀국길에 19~24일 베트남에 머문 뒤 25일 귀국했다. 특히 베트남에선 체류일정의 상당부분을 관광에 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 설립 준비단 관계자는 "최근 케이블방송의 '알몸 초밥'(ETN의 '백만장자의 쇼핑백') 등 선정성과 모방 범죄문제를 불러일으킨 문제 방송 80여건이 제때 심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방통심의위로 내정된 직원 220명 정도가 3·4월 두 달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의장실 조현우 정무수석비서관은 "방통심의위원은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 결정할 사항이어서 협의과정에서 지연됐다"면서 "해외출장 중에도 전화로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 최창섭 대표는 "국회의장이 방통심의위원 추천 같은 중요 문제를 미루고 해외 출장을 갈 때에는 위임을 하고 가는 것이 상식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