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친박연대 등 야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잇달아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허위 경력 기재나 주가 조작, 공천 과정에서 돈이 오간 의혹 때문이다. 본인들의 위법(違法)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 비례대표 공천 의혹 수사가 확대되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4·9 총선 이후의 정국 주도권이 검찰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예상 밖의 총선 선전(善戰)에 힘 입어 기세 등등했던 친박연대는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으면서 불과 며칠 사이에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 상황에 내몰렸다.
또 비례대표 공천 문제에 대한 수사는 야당 대표들로 번져갈 개연성이 있다. 우리 정당의 속성을 감안할 때 야당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을 향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책임론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검찰 수사 진행에 따라 정치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연대에 수사 집중
검찰 수사의 칼날은 친박연대에 집중되고 있다. 양정례 당선자 공천 의혹 수사 과정에서 서청원 대표, 김노식 최고위원 등 지도부들이 줄줄이 압수수색이나 소환당하고 있다. 친박연대 당선자 14명 중 당 대표 등 5명이 검찰수사 또는 사법처리 대상으로 떠오른 상태다.
민주당의 경우 비례대표 6번 정국교 당선자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고, 박영선·김현미·서혜석 의원과 정동영 전 대선후보 등 이명박 대통령의 BBK 연루 의혹을 제기한 인사들이 총선 이후 검찰 소환을 받고 있다. 반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한나라당 당선자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야당들은 일제히 "야당 탄압" "표적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청원 대표는 최근 "검찰이 헌정사상 유례 없이 한나라당과 짜고 야당의 특별당비를 수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홍사덕 친박연대 공동대표도 23일 당 회의에서 "5공 초기 공포정치를 할 때도 없었던 명백한 야당탄압"이라며 "어쩌다 이렇게 긍지없는 검찰이 됐는가" 라고 말했다.
◆검찰의 칼, 야당 대표까지 겨누나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는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했고, 언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국교 당선자를 공천한 손학규 대표도 당내에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고, 구속된 이한정 당선자를 공천한 문국현 대표는 "나는 모른다"며 잠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들은 내부 분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3일 정국교 당선자 구속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금융감독원이 무혐의 처리했는데 같은 국가기관(검찰)에서 선거 후 집중 조사하면서 구속에까지 이르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박상천 대표는 이 회의에서 "공천심사 때 당 지도부가 정 당선자의 주가조작설을 소홀히 했다"고 말해, 손 대표와는 사뭇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또 친박연대 내부에서도 서청원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