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초·중·고교에서 최근 학부모에게 할당까지 해가며 찬조금을 걷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경기도 어느 외고는 올 한 해 찬조금으로 2학년은 20만원, 3학년은 40만원씩 걷었고, 서울 어느 고교는 학급당 수백만원씩 연간 모금액을 정해놓고 학부모회 간부가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학교에 자율을 주겠다고 하니까 학교들이 찬조금 걷는 자율부터 누리겠다는 것이냐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학부모 중에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기꺼이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학부모조차 얼마씩 내라고 강요하는 듯한 통고를 받고 나면 자발적으로 도울 때의 흔쾌한 기분은 사라지고 만다. 가정 형편 때문에 찬조금이 부담되는 학부모도 많다.

미국 학교에도 찬조금이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다채로운 이벤트를 벌여 모금을 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math)과 마라톤(marathon)을 합성한 '매스아톤'이라는 행사를 연다. 일종의 수학경시대회다. 그 자리에서 학생의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이 학생이 맞힌 수학문제 수(數)만큼 기부금을 내기로 약속한다. 학교 음악회, 전시회, 축제 때 학부모들에게 입장권을 팔아 기부금을 모으기도 한다.

미국에선 학부모단체가 모금만 주도하는 게 아니라 기금 관리와 집행도 알아서 한다. 기금을 내는 학부모가 '이건 2학년 3반을 위해 써달라'고 조건을 걸면 그 용도로만 쓴다. 우리는 '학교발전기금' '체육진흥기금' 명목으로 거둬 교사 회식비나 야유회비로 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담임교사 9명은 2005년부터 3년간 학부모들로부터 2900만원의 찬조금을 받아 필리핀, 발리, 일본으로 여행갔다가 적발돼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학부모가 찬조금을 내더라도 기분 좋게 낼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모금액은 반드시 학생을 위해 써야 하고 그 용처를 학부모들에게 철저히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 명랑하게 걷어 투명하게 쓰라는 말이다. 정부가 건물만 지어놓고서 유지관리비는 주지 않아 학교가 어쩔 수 없이 찬조금을 걷게 만들고는 불법 찬조금을 단속하겠다며 호통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