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홍 진·논설위원

21일 전남 광주에서 생후 18개월 된 딸 아이가 칭얼댄다는 이유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20살 미혼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9명의 배심원들은 한 시간 반 격론 끝에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로 석방할 것을 재판장에게 권고했고, 재판부는 권고에 따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올 1월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된 지 112일 만에 치러진 10번째 재판이었다. 지난 3월 24일 인천지법에서는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피고인 발에 차인 술집 여주인이 넘어지다 머리가 벽에 부딪혀 숨진 사건이었다. 10번 재판 중 일부 무죄를 포함한 무죄가 2번 있었다. 이 재판에서는 한 배심원이 재판 도중 졸다가 해임돼 법정에서 쫓겨났다. 3월 10일 부산 재판에서는 강제추행 피해자 보호를 위해 증인석 둘레에 반투명 가림막이 설치됐다.

시행 초기 피고인과 증인의 '눈물' 전략으로 배심원들이 감성적 판단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월 70세 할머니 집에 침입해 돈을 뺏으려다 할머니 코뼈를 부러뜨린 27살 피고인에 대한 대구지법 재판에서는 젖병을 문 아이를 안고 증인으로 나온 피고인 여동생이 눈물로 선처를 호소한 뒤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그후 살인이나 성폭행범 등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무거운 실형이 잇따라 선고되면서 걱정이 조금씩 가셔 가고 있다.

재판마다 검찰이 판결에 불만을 나타내며 항소하자 배심원 재판이 소용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었다. 검사가 항소하면 2심에서는 배심제가 아니라 기존처럼 판사가 하는 일반 재판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그러나 그후 검사의 불복은 줄었다. 항소가 이뤄진 8건 중에 검사만 항소한 경우는 2건밖에 없었고, 검사와 피고인 모두가 항소한 경우가 4건,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가 2건이었다.

배심원 재판을 해달라는 피고인들의 신청이 적은 게 흠이긴 하다. 1~3월 접수된 전국 형사합의 사건은 3821건인데 11건만 신청됐으니, 신청률이 0.3%도 안 된다. 미국의 형사 배심재판 신청률이 5%이고, 1993년 배심제를 도입한 러시아에서는 40%가 넘는 데 비하면 초라하다. 시행 초기라 피고인들이 이 제도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을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심원으로 나와 달라는 출석요구에 국민들이 얼마나 응해줄지 걱정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출석률이 높았다. 3월까지 배심원 출석 통지서를 보낸 940명 중 29.5%인 277명이 법원에 나왔다. 배심원 50명에 대한 조사결과, 68%인 34명이 "재판에 나가 평결까지 해보니 재판 참여 전보다 배심원 직무를 더 좋게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앞으로 5년간 시행해본 뒤 2013년에 확대 시행할지, 폐지할지 결정하게 된다. 제도 도입 때 찬반 논란 끝에 시범 실시를 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10번의 국민참여재판은 여러 이점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배심원을 상대로 재판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정의 용어들이 쉬워졌다. 당사자들도 자기 재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쉬 알게 됐다. 국민들이 자신들에 대한 재판을 주도하게 됐고, 사법부는 국민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니 이 제도가 성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은 배심원 출석을 의무로 알아야 하고, 법정에 나가서도 혈연·지연·학연을 떠나 중립적으로 평결해야 한다. 판사들은 배심원 평결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고, 검사와 변호사들도 재판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시험대에 오른 이 제도를 반석(盤石)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