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축분뇨와 축산폐수, 하수 찌꺼기 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2012년부터 일절 금지키로 방침을 정해 발표까지 했다가, 노무현 정권 말기인 작년 11월 이를 전격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대표적인 국가'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마하고, 수산물 오염을 막는다는 이유로 수년 동안 추진돼오던 금지 법안이 지난 정권 막판에 갑자기 실종돼 버린 것이다. 그간 폐기물 투기로 인한 어장(漁場) 오염과 수산물 오염 피해를 호소해온 어민·수산업 단체들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고, 반발하고 있다.
◆1주일새 뒤집힌 법안
20일 국토해양부(옛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해양환경관리법 시행령·규칙에 '2012년부터 가축분뇨와 하수 찌꺼기 등의 해양투기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해양투기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던 기존 방침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1988년부터 시작된 폐기물 해양투기에 대해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고, 2003년엔 동해의 폐기물 해양투기구역 근처 어장에서 돼지털과 머리카락 등이 든 홍게가 발견되자 2012년부터 가축분뇨 등의 해양투기를 금지키로 결정했다.
2006년 3월 국무회의에서 이 방침이 최종 결정된 뒤 당시 주무부처이던 해수부 주도로 어민, 폐기물배출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과 입법예고 같은 법안 제정작업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막바지인 작년 11월 14일 해수부는 규제심사를 받기 위해 규제개혁위원회에 이 조항이 포함된 법안을 제출했다가 일주일 뒤인 11월 21일 전체 법안 가운데 이 조항만 삭제한 법안을 새로 만들어 다시 제출했다. 새 법안은 올 1월 공포돼 시행 중이다.
◆누구 말이 맞나
국토해양부는 일주일 만에 투기금지 조항을 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왜 바꿨는지에 대해선 규개위 쪽에 책임을 넘겼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해양투기 금지시한을 법안에 굳이 명시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일부 규개위원들이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해 재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규개위 쪽 설명은 달랐다. 규개위 관계자는 "해수부가 스스로 바꾼 것이지, (규개위는) 투기금지 조항에 대해 철회 권고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내부에서도 말이 엇갈리고 있다. 실무작업을 했던 해양보전과 박성동 사무관은 그 조항을 뺀 이유에 대해 "(법이 아닌) 정책 행위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법안을 바꾸면서 당시 장차관과 주요 간부들에게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결재라인에 있던 김원민 국장은 "그 조항을 빼는 것과 관련해 내부토론은 있었지만 (장차관의) 결재를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강무현 전 장관은 "그런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고, 이은 전 차관은 "(바뀌는 내용에 대해) 보고 받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수년간 추진되던 정책이 일주일 사이에 갑자기 180도 바뀐 것은 부적절한 로비 의혹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어민들과 환경단체 반발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임종수 사무총장은 "2012년부터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바뀐 것이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어민, 수산업 단체와 협의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도 "가뜩이나 폐기물 투기 문제로 국내 수산물에 대한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장 수출길이 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조속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