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의원이 미국 만화영화 '심슨 가족'이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1946~1955년, 1973~1974년 재임)을 독재자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TV 방영금지를 촉구했다고 AFP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심슨 가족'이 어린이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TV 방영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실제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내보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4월 14일 보도)
많은 사람들이 이 소식에 의아해했을 것이다. '심슨 가족(the Simpsons)'은 바보 같은 가족들이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아동용 가족 코미디인데, 왜 그러지'라고. 하지만 '심슨 가족'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중남미에서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순한 선에 샛노란 피부색, 게다가 손가락은 4개, 하는 행동은 슬랩스틱 코미디.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그려진 '심슨 가족'의 뼈대 안에는 우회적인 비판 의식이 숨어있다. 이들은 온 세상을 향해 비아냥과 냉소를 날리는데, 성역은 어디에도 없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것은 이런 장면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호머 심슨이 차베스 대통령에게 핵을 팔겠다고 제안한다. 차베스 대통령이 이 제안에 반응하자 호머는 군복 입은 차베스 대통령을 대놓고 비웃는다. 권위주의 정부라면 "감히 우리 대통령을 비웃어"라며 방송 금지 운운할 만도 하다.
이 정도는 평소 '심슨 가족'의 행동거지에 비춰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심슨 가족'의 세계에선 '보편적인 것 =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의 가치관에 따르면, '보편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만들었기에 '보편적'일 뿐, 법·질서·사회 시스템이 인위적으로 만든 비정상적인 것이 된다. 이 만화의 캐릭터는 손가락이 4개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버지 호머 심슨이 '손가락이 5개인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할 때에서야 '아, 이 만화는 손가락이 4개였지'라고 깨닫는 것이다.
작품의 성격이 이런 만큼, 미국이나 미국 우방의 정치가 역시 냉소의 도마에 올라 독설의 칼날에 요리된다.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선거에 맞붙기 전, 업무는 젖혀두고 '축하합니다(celebration)' 노래나 들으며 대통령 당선의 꿈에 젖어있는 방만한 모습으로 묘사됐다. 영국의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영국에 놀러 온 호머 심슨에게 '미스터 빈(영국의 유명한 코미디 프로그램 캐릭터)'으로 오인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심슨 가족'이 무조건 막 나가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미국 TV 프로그램 최고 영예인 에미상을 23번이나 받았고, 주요 시간대를 가장 오래 지키는 애니메이션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기도 하다. 오히려 '심슨 가족'은 보수적인 미국 가정의 모든 세대로부터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만화가 매트 그뢰닝(Groenin)의 풍자에 감독 제임스 브룩스(Brooks)의 비판이 더해졌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