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이 외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들. 위 부터 1995년 중국정치협상회의 우쉐첸 부주석으로부터 선물받은 장식용 마차(조선일보 DB). 같은 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증정한 은제 잉크 스탠드(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05년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편지 개봉칼(조선일보 DB).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우리 전통 활인 '각궁(角弓)'을 선물했다.

정상회담 전 참모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선물이다. 한국을 상징하고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의미와 가치를 담으면서 상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8년 재임기간 동안 각국 정상들로부터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라시대 천마총 왕관 모조품(350달러 상당)을,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자기 세트(300달러)를 전달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선물 공세에서 빠지지 않았다. 2003년 부시가 푸틴에게 받은 선물 총액은 5만 달러에 달했다. 그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때 푸틴이 선물로 가져온 책이 4만5000달러짜리였다. 미 대통령 43명의 초상화를 모은 이 책은 붉은 벨벳 표지에 보석이 박혀 있었다.

가장 통 큰 선물은 부자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에서 나왔다. 압둘라 왕자는 부시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에게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로 만든 목걸이, 팔찌, 귀걸이, 반지 세트를 안겼다. 감정가가 9만5500달러에 달했다. 태국 탁신 총리는 2006년에 부시에게 1만1000달러짜리 카르티에 시계를 줬다.

하지만 이 같은 고가의 선물은 부시 개인의 것이 아니다. 미국 연방법에 따라 모든 관료들은 외국 관료에게 받은 모든 선물을 신고해야 한다. 그중 305달러가 넘는 선물은 국고에 귀속된다. 미국 국민을 대표해 받았으니 미국 국민들의 재산이라는 취지다. 단,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기를 원하면 감정액을 국가에 지불하고 가질 수는 있다.

국고에 귀속된 대통령 선물은 어떻게 될까. 정부 창고에서 잠자다가 차후에 세워질 해당 대통령의 도서관으로 옮겨진다. 도서관 건립 전 따로 전시를 원하면 문서로 공식 요청해야 한다.

창고에 넣어둘 수 없는 '살아있는 선물'을 받았을 경우는 어떨까. 2005년 10월 부시는 불가리아 대통령 게오르기 파르바노프에게 두 달 된 불가리아산 개(430달러) 한 마리를 받았다. 그러나 부시에게는 이미 애견 바니가 있었다. 고민하던 부시는 결국 불가리아 출신 미국인 친구에게 개를 다시 선물했다.

개보다 몸집이 큰 말은 운반부터가 문제다. 2005년 가을 몽골을 방문한 당시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는 선물 받은 말을 그 지역 농장에 맡겨뒀다. 그해 11월 몽골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농담을 던졌다.

"제가 이번에 중요한 미션을 갖고 왔습니다. 럼즈펠드 장관이 (선물로 받은) 말이 잘 있는지 체크해달라고 하더군요."

1962년 당시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는 인도파키스탄 순방길에 새끼 코끼리와 새끼 호랑이 한 쌍, 말을 선물 받아 군용 수송기로 미국으로 보냈다.

2005년 1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세그웨이(1인승 차량의 일종)를 타고 있다. 그해 11월 교토에서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 때 받은 것으로, 대당 가격은 5000달러 정도.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중국 마오쩌둥 당시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 때 알래스카산 사향소를 선물하고 판다 두 마리를 선물 받았다. 판다가 워싱턴 동물원에 도착하자 100만 명이 모여들어 이 선물을 구경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받은 선물은 어떻게 될까.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르면, 미국 화폐 100달러 이상이거나 국내 시가로 10만원 이상인 선물은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 후 30일 이내에 국고에 귀속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선물을 갖기 원하면 감정액을 국가에 지불한 후 가질 수는 있다.

대통령의 선물은 1993년 이후 국립민속박물관의 지하 수장고에 보존돼 오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경기도 성남시의 대통령 기록관으로 최근 옮겨졌다. 선물들은 '대통령 선물 서고'에 따로 보관된다. 최규하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받은 선물까지 2322건이 여기 보관돼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찻잔이나 도기를 주로 선물했고, 미국은 크리스털 장식품이나 화병, 문구류를 주로 건넸다. 김영삼 대통령이 가장 선물을 많이 받아 688건, 최규하 대통령은 가장 적어서 1건이다.

가장 '거대한' 선물은 몽골 대통령 앵흐 바야라르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동식 천막이다. 분해 상태로 공수된 이 선물은 조립하면 지름이 7m나 된다. 다음 주 개관 행사를 갖는 대통령기록관에선 대통령 선물 중 일부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