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가치 있는 결정이었나(Was any of this worth it)?"
2002년 3월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날던 헬리콥터에서 미군 특수대원 한 명이 추락했습니다. 탈레반은 사체를 강탈해갔고, 미군은 전우의 유해를 찾아오기 위해 군사작전을 전개했지요. 미션은 극적으로 성공했지만 미군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993년 10월 미국은 특수대원을 소말리아에 투입했습니다. UN을 통해 각국이 보낸 구호식량을 가로채고, 소말리아인 30만 명을 굶겨 죽인 군벌의 민병대장들을 제압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이 작전에서 미군 헬리콥터가 격추되고 고립된 아군을 구출하던 미군 19명이 전사했습니다.
전시나 작전 중 행방불명된 장병(Missing In Action)을 구출하거나, 전사자(Killed In Action)의 유해를 찾아오는 일은 자국민의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국가적 사명이지요. 그러나 '희생을 담보하는 구출작전이 가치 있는 결정인지'를 우려하는 정치적, 철학적 주장이 종종 제기되곤 합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갱에 매몰된 한 사람의 광부를 구하기 위해 그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무수한 사람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목숨을 건다는 데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카뮈의 명언만큼이나 '목숨을 거는 희생의 가치'를 탐구하는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이지요. 영화는 1944년 6월 6일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카메라는, 컨베이어벨트의 빠른 흐름이 연상될 만큼 쌓여드는 전사자 파일을 훑습니다. 육군 참모총장 마셜은 라이언 가문의 네 형제 중 세 명이 모두 노르망디에서 전사했다는 보고를 받습니다. 낙하산 대원으로 투입된 제임스 라이언(맷 데이먼) 일병의 생사 여부가 미확인이라는 정보도 함께!
참모진은 라이언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땅에 낙하한 상태여서 구출이 위험하다며 신중론을 펴지요. 그러자 마셜 장군은, 1864년 남북전쟁 때 다섯 아들을 잃은 빅스비 부인에게 링컨 대통령이 보냈던 편지와 '국가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모든 사람의 고귀함을 숭앙해야 한다'는 문구를 상기시킵니다.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은 노르망디에 타전되고, 영어교사 출신의 밀러(톰 행크스) 대위는 여덟 명의 대원을 선발합니다. 2차 세계대전은 지난 100년사 중 가장 중대한 사건이었고, 전쟁의 후폭풍 또한 참혹하였지요.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은 전반부 전투 장면에선 사지가 무방비로 찢겨나가는 현실적 공포를 묘사하였고, 후반부에선 영혼마저 찢긴 생존자들의 눈과 입을 통해 정신적 공포를 은유적으로 묘사하였지요.
구출작전이 속속 난관에 부딪히면서 누군지도 모르고, 소재 또한 막막한 전우를 찾는다는 건 '수북한 바늘 더미에서 한 개의 바늘을 찾는 식 (Finding a needle in a stack of needles)'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독일군 저격수에게 노출된 프랑스 소녀를 지켜주다가 아군 한 명이 저격되자 대원들의 목소리는 격앙되지요.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겠다고 왜 여덟 명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야? (What's the use in risking the life of the eight of us to save one guy?)"
급기야는 밀러가, 독일군이 장악한 레이더 기지를 피해갈 수 있는데도 정면 돌파를 명령하는 바람에 위생병이 사살되자 '구출작전의 도덕적 정당성'을 따지는 분노가 폭발하지요. 밀러는 차분하고도 단호하게 반문합니다. "지금까지 94명의 대원을 잃었네. 하지만 그 열 배나 스무 배의 목숨을 구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I've lost 94 men but I've saved ten or twenty times as many, right?)"
마침내 대원들은 라이언 일병을 찾아내고, 라이언은 귀국하라는 명령을 전달받습니다. 하지만 그는, '형제나 다름없는' 전우들을 적지에 두고 자신만 살아 돌아갈 수는 없다며, 최후까지 남아 싸우겠다고 버티지요.
유해이든 생존자이든 단 한 명도 적지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정책('Leave No Man Behind' Policy)은, 소말리아에서 19명이 전사한 실화를 토대로 만든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의 명대사에도 각인돼 있습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모든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역설하며, "라이언을 즉각 구출해 오시오(Get him the hell out of there)"라고 지시한 마셜 장군의 염원처럼! "한 사람도 적지에 남겨두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