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에서 패한 통합민주당 주변에는 요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 총선 패배도 패배이지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고질적인 노선과 지역 갈등이 재연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차세대 리더의 부재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 정동영 김근태 한명숙 등 리더급 인사들이 모두 낙선했다. 신계륜 임종석 등 소장파 리더로 분류되던 이들도 낙선했다. 16일 당 싱크탱크가 주최한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더라도, 민주당의 차세대가 없어 한나라당 내부에서 정권이 재창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몽준, 오세훈, 김문수 등 차기 예비군이 넘쳐나는 한나라당과 대비된다는 한탄이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15일 동교동을 찾아온 정세균 의원에게 "이념과 정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표를 모을 수 있는 스타급 인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 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박상천 정세균 문희상 천정배 추미애 당선자 등도 "차기 대안으로선 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당 관계자들은 "차기 당 대표는 어차피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선에 뜻이 있다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노선·지역 갈등 불거지나
민주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와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 감세(減稅) 정책 등을 놓고 당 지도부 내부는 물론 실용파와 개혁파의 노선이 충돌하고 있다. 4월 국회 때 FTA를 비준 동의해주자는 손 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김효석 원내대표 등이 16일 크게 충돌한 데 이어 김 원내대표는 17일에도 "4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농민 표를 의식해야 하는 호남권 의원들도 대부분 FTA 즉각 처리를 반대하고 있어, 손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 의원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옛 민주당 출신들을 중심으로 손 대표 측을 겨냥해 "굴러온 돌은 파내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이날 "내용은 한나라당과 다르지만 감세(減稅)에 찬성한다"며 "(당내)진보그룹은 감세를 반대한다"고 했다. 당내 개혁파들로선 감세는 정체성을 건드리는 방향 전환이다. 민주당은 다음 주 당선자 워크숍을 통해 당 정체성 문제를 정리해보자는 생각이다.
그나마 민주당이 여당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은 뉴타운과 혁신도시 논란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단타성 공세'가 당의 활로(活路)를 열어줄 수는 없다. 수도권의 3선 의원은 "2010년까지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단기적 지지도 회복보다는 장기전에 대비한 기초 체력을 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