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가 한 고비를 넘어가는 듯하다. 미국과 북한이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합의한 내용은 북한이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추출량을 곧 신고하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우라늄 농축 여부와 시리아에 핵물질을 넘겼다는 의혹은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이 이의(異議)를 제기하지 않는 선에서 매듭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미 대통령도 이 합의를 수용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도 북핵 신고가 시한을 4개월이나 넘기면서 이 정도로 넘어가게 된 것이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관심 사항인 우라늄 농축 여부와 시리아 핵 이전설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量)을 과연 정직하게 신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미·북간 싱가포르 합의에 미국 의회가 고개를 끄덕여주면 북핵 폐기는 이제 북한이 신고할 플루토늄 추출량과 사용처가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북핵문제는 본질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항간에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30㎏ 정도 추출했다고 신고할 것이라는 설이 퍼져 있다. 30㎏은 미국 정보기관이 추정하는 최소량이다. 최대치는 50㎏ 정도다. 북한은 실제로는 50㎏을 갖고서도 30㎏만 폐기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눈을 속이려고 할 수 있다. 북은 능히 그럴 수 있는 체제다.
이 경우 북한의 신고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과연 엄밀히 검증할 수 있느냐가 다음 단계의 관건이다. 검증의 주체와 방식, 대상, 기간 등에 관해 밀고 당기기가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과거 핵 활동을 완전히 규명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하고 그에 대해 보상(補償)을 받아 북한의 활로(活路)를 찾기로 결단을 내렸다면 시간을 끌 이유도, 검증에 소극적일 이유도 없다. 검증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를 통해서도 북의 진정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18일 정상회담에서 바로 이 부분에 관해 물샐틈없는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