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효과를 1조3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세 배 넘게 부풀렸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004년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지방에서 한 해 1조3000억원의 부가가치가 늘어나고 수도권에서 1조원이 줄어 전체적으로 한 해 3000억원의 순증(純增) 효과가 있다"는 용역보고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균형발전위는 이 용역보고서를 묵살하고 수도권 생산감소 효과는 빼버린 채 175개 공공기관뿐 아니라 그 협력업체 전부, 공공기관·협력업체의 직원 가족도 모두 지방으로 옮겨간다는 엉터리 가정(假定)을 세워 경제효과를 다시 계산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가짜 보고서를 근거로 '지방에서 연간 4조원의 부가가치가 늘어난다'고 선전했다. 국민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10개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데엔 공공자본 22조원과 민간자본 21조원, 모두 43조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 천문학적 돈을 들이고도 경제 효과가 한 해 3000억원밖에 안 된다면 본전을 뽑는 데만 140년이 넘게 걸린다. 아무리 지역 균형발전에 목을 맸다고 해도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을 벌일 염치는 없었는지 보고서를 조작한 것이다.

노 정권은 이렇게 이전 효과를 멋대로 뻥튀기한 가짜 보고서를 근거로 대선(大選) 일주일 뒤인 작년 12월 26일까지 혁신도시 기공식을 강행했다. 그동안 풀려 나간 토지보상비만도 2조4000여 억원이나 된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되돌리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은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혁신도시 조성 원가가 인근 산업단지 분양가보다 2~6배 높아 기업 유치가 어렵고, 높은 분양가 탓에 주택 미분양사태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기업도 없고 주민도 없는 '죽은 도시'를 만들자고 43조원을 쏟아 붓는다는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앞으로 들어갈 돈까지 계산하면 100조원 가까운 돈이 땅 사고 정부 청사 짓고, 공기업 청사 이전하는 데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그 돈으로 다른 길을 찾는다면 지방경제에 몇 배, 몇 십 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제라도 수도권과 지방,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혁신도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 정권이 혁신도시의 경제효과를 조작한 진상도 철저히 파헤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