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가 극심한 갈등 속에 추진해 온 광역화장장 사업을 경기도가 지원하지 않겠다고 돌연 밝히고 나서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하남시는 이 문제로 작년 12월 전국 최초로 시장과 시의원 3명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치렀고, 결국 시의원 2명은 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경기도의 갑작스런 변심 선언에 만신창이 신세가 됐다.

특히 총선 유세기간인 지난 4일 하남시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후보가 뿌린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 공개되면서 "경기도가 국책사업을 특정 후보 지지를 위해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남시는 경기도가 사전 조율도 한마디 없이 뒤통수를 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역화장장 백지화 사태의 전말을 알아본다.

◆문제의 발단과 전개

지난 4일 오후 각 언론사로 한나라당 이현재 후보 명의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박희태 한나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원 유세를 통해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전화해보니, 광역화장장을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고, 돈도 없다고 말했다"며 "구체적인 추진불가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하남시가 광역화장장 문제로 내홍을 앓고 있을 때의 모습. 이 사태로 하남시는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주민소환투표까지 치렀다.

이에 언론사들은 경기도를 상대로 확인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때까지 경기도 안에서도 뜬금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담당부서 실무자도 이날 오후 7시까지 "그쪽(한나라당)에서 나온 얘기에 불과하다. 우린 연락 받은 것이 없다. 당초 방침에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도 간부들은 화장장 지원 포기를 기정사실로 만들어갔다. 또 나름대로 논리도 밝혔다. 이근홍 복지건강국장은 "하남시에서 주민설득에 실패해 백지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국장의 발언은 경기도의 '발표'라기보다는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설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총선에서 핵심 이슈로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자 경기도는 7일에는 "하남시장과 서울시장의 광역장사시설 빅딜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경기도의 지원 검토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또 총선 다음날인 10일에는 김 지사가 김황식 하남시장에게 화장장 지원 백지화를 공식 통보했다.

◆경기도·하남시의 주장

경기도는 화장장 지원 포기 이유로 우선 하남시와 서울시의 빅딜 실패를 들었다. 하남시가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연장 등을 약속받고 건립비용의 일부를 얻어내는 것이 전제였다는 것이다. 또 개정 장사법 시행으로 5월부터 각 시·군별로 화장장을 마련해야 하는 등 법적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하남시장이 주민 반대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에 원인 무효나 마찬가지라고 밝히고 있다.

김 하남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와의 빅딜 무산'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화장장을 끌어온 인센티브로 서울시를 설득해 지하철을 끌어와야지, 지하철을 먼저 끌어오면 화장장을 지어주겠다는 것이 말이 되겠냐"고 말했다. 김 시장은 또 "7월2일 화장장 유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는데, 그 전에 주민설득 실패를 말하는 것은 최소한의 선택권도 주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장사법 개정에 따른 여건 변화에도 반론이 있다. 법 개정의 취지가 기초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화장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가족부는 10일 "광역화장장이 개별 화장장보다 효율성과 경제성이 커 광역화장장 건립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경기도의 법 해석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경기도·하남시 진실게임

어쨌든 경기도의 지원이 없으면 하남 광역화장장은 지을 수 없다. 이에 하남시는 경기도, 특히 김문수 지사를 겨냥해 '진실공방'을 제기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지원 약속을 김 지사가 공식적으로 한적이 없고, 다만 행정정보공개 청구에 답변하면서 과장 전결로 '1200억~2000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개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하남시장은 김 지사가 쓴 각서가 있다는 사실을 흘리며 경기도를 압박하고 있다.

김 시장은 "오는 20일까지 도에서 공개 사과를 하고,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과 보상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 시장측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도의 거짓말'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서류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가 주민소환투표 등 갈등에 대해 침묵으로 방조한 책임은 있을 수 있지만, 광역화장장에 올인한 하남시장이 실패의 책임을 경기도에 모두 전가하고 있는 건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