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전북 김제 양계농가에서 처음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14일까지 전북·전남에서 35건의 닭·오리 집단폐사가 확인됐다. 전남 영암의 AI는 감염경로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는 발병원(源)과 전파경로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AI 확산에 대처할 방법이 없어 자칫 닭·축산농가가 초토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방역망에도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김제 AI 발생농가에서 1.7㎞밖에 안 떨어진 한 오리농장은 지난 2일부터 닭·오리 이동통제가 시행됐는데도 기르던 오리를 4~6일 사이 3차례나 몰래 유통업자에게 팔았다고 한다.

이 업자는 오리를 차에 싣고 전주·정읍·부안·군산·익산 등 6개 시·군을 드나들며 음식점에 팔았다. 이 중 김제 음식점에 넘긴 오리에선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이동통제 간판만 걸어놓고 먼 산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AI가 기온이 20도 안팎까지 오르는 날씨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점을 미루어 AI 신종 변이(變異)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이 지적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농림수산부는 14일 닭·오리 살(殺)처분 대상을 AI 발생지 반경 3㎞ 이내 농장에서 반경 10㎞로 확대했다.

이미 가속도가 붙은 AI 확산추세를 보면 진작 이런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당국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봐온 것이다. 살처분 현장에선 일손을 보태달라고 아우성이라고 한다. 관련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시점이다.

지금 번지는 AI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도 있는 신종 변이 바이러스라면 보통 사태가 아니다. 지금까지 세계 14개국에서 AI 인체감염 사례가 확인된 감염자 379명 중 63%, 239명이 사망했다. 선진국은 AI 치료제 타미플루 비축량이 인구의 10~20%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국민의 2.6%인 140만명분에 불과하다. 판데믹 예방백신은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는 최악 상황까지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