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신불자)가 앞서 낸 국민연금 중 최고 절반까지 신불자 본인에게 대출해줘 다른 빚을 갚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확정됐다.

이 제도는 소외계층 지원책 '뉴스타트 2008'의 일부로 신불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민연금이 언제라도 빼내 쓸 수 있는 저축처럼 인식돼 노후 생계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1일 신불자가 앞당겨 쓴 국민연금은 3.4%의 이자율로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갚도록 하는 내용의 '채무상환금 대여계획안'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5월 말부터 신청을 받아 7월부터 대출이 이뤄지도록 했다.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이스란 과장은 "신불자의 채무 가운데 연체이자 등을 빼고 실제로 갚아야 할 채무(총 부채의 33.4% 정도)가 이미 납부한 국민연금 총액의 절반을 넘지 않는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낸 적이 있는 신불자 142만명 중 이번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29만명이다. 대출이자가 3.4%로 현재 연금 운용 수익률 6.9%보다 낮아 발생하는 417억원의 연금재정 손실은 정부에서 절반 정도 부담하고, 찾아가지 않은 국민연금, 국책은행권의 지원 등으로 보충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는 신불자들이 국민연금 담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미리 연금을 당겨 쓴 만큼 노후에 최소한의 생계보장 수단인 연금마저 받지 못해 생활고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998년에도 신불자 구제를 위해 국민연금에서 대출해 준 적이 있으나 상환율은 9.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