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히로카네 겐시(弘兼憲史)가 1983년 고단샤(講談社) 만화 주간지 '모닝'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5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시마 고사쿠(島耕作)' 시리즈의 주인공 시마 고사쿠가 드디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시마 고사쿠'시리즈는 일본의 대표적인 샐러리맨 만화다. 1983년부터 1992년까지 연재한 '시마 과장'(원제 '과장 시마 고사쿠')이 인기를 얻자 '시마 부장' '시마 이사' '시마 상무' '시마 전무'와 시마 고사쿠의 입사 당시를 그린 '영 시마 고사쿠'(한국판 제목 '사원 시마')까지 출간됐다.

주인공 시마 고사쿠는 1970년쯤 가상의 회사 하쓰시바 전기산업에 입사한 이후, 일본 경제가 저성장을 시작한 1980년대 전반부터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를 전후한 시기까지 과장으로 근무했다. 시마는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은 채 본인의 능력과 많은 행운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캐릭터로, 2002년 연재를 시작한 '이사 시마 고사쿠'부터는 60대를 목전에 둔 시마가 중국으로 파견되어 중국 시장을 담당하게 된다.

2005년부터 연재된 '상무 시마 고사쿠'에서는 상하이뿐 아니라 중국 전토를 담당하면서 도쿄, 베이징, 상하이 세 군데에서 근무하게 됐다. 2006년부터 연재된 '전무 시마 고사쿠'에서 시마 이전에 중국 시장을 담당했던 전임 상무가 사장이 되면서 시마도 전무로 승진한다. 이때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 미국 시장도 담당하게 된다. 2008년 4월 하쓰시바의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합병회사 '하쓰시바·고요홀딩스'의 초대 사장으로 시마 고사쿠가 선임되었다. 1983년 과장 승진 이후 실로 25년 만의 일로서, 시마 역시 60세에 접어들었다.

2008년 5월 하순부터 제목을 '사장 시마 고사쿠'로 바꿔 새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다는 사실이 일본 신문 사회면에 보도될 만큼, '시마 고사쿠' 시리즈는 일본의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인기 만화다. 특히 주인공 시마가 파벌 싸움을 싫어하면서도 출세에 성공하고, 가는 곳마다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어 심지어는 이사가 된 50대 후반에도 연애를 지속하는 것도 동세대 일본 남성 독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포인트로 꼽힌다.

이는 작가 본인이 시마 고사쿠와 생일까지 동일한 1947년 생으로 '단카이(團塊) 세대'(1947∼1949년생을 가리킨다)에 속해있고 샐러리맨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히로카네 겐시는,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후 1970년에 마쓰시타전기산업에 입사해 3년간 근무한 후 만화가로 데뷔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창설한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의 강사를 맡고 있으며, 2007년에는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추진했던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기획회의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