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태아(胎兒) 성감별 금지조항이 신설되고 나서 7년간 남·여아 성비(性比) 불균형은 오히려 심해졌어요."(서울대 법대 양현아 교수)
"얼마나 많은 낙태가 이뤄지는지 아십니까. 성감별을 금지하고 있어 그나마 낙태가 억제되고 있는 것입니다."(박상은 샘 안양병원의료원장)
10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낙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태아 성감별을 금지한 의료법 조항(구 의료법 제19조의 2)의 위헌(違憲) 여부를 놓고 뜨거운 공방전이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2004년과 2005년 변호사와 개인병원 의사가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재가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공개변론을 연 것이다.
첫 공방은,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박상훈 변호사와 보건복지가족부 곽명섭 사무관 사이에 벌어졌다.
위헌(違憲) 쪽을 변론한 박 변호사는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8~9개월 이후에는 태아의 성을 부모에게 알려줘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단지 낙태에 대한 예방을 이유로 부모의 행복추구권과 알권리를 박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국사기에 보면, 고구려 주몽도 예씨 부인이 잉태한 아이의 성별을 궁금해 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는 태아의 성별이 궁금하기 마련이고 이를 막는 것은 부모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곽 사무관은 "생명을 지켜야 할 의료인이 성감별이 낙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행하겠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맞섰다. 그는 "2005년 이뤄진 34만 건의 낙태 가운데 2500건가량이 태아의 성이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이뤄진 것"이라며 "이라크 전쟁에서 5년간 사망한 사람이 4000명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곽 사무관은 "단순 위헌판결이 날 경우 아직 남아 있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성감별이 남용될 수 있으니, 헌법에 부합하는 쪽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며 다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위헌 결정으로 하루 아침에 이 조항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두 번째 공방에서는 참고인들이 나섰다. 박상은 원장이 성감별 금지를 옹호했고, 서울대 양현아 교수와 전종관 교수(의대)가 그 반대편에 섰다.
박 원장은 낙태의 비(非)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했고, "성감별 금지조항이 비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낙태를 처벌하면서 또 성감별을 규제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논리를 폈다.
헌재는 재판관들끼리 심의를 거친 뒤 조만간 선고기일을 지정해 최종 결정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