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감무쌍한 아줌마의 로맨스를 경축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 늙어서 웬 주책이냐고 힐난을 퍼부어야 할 것인가.
4월 둘째 주 조선일보 영화팀의 선택은 오점균 감독의 '경축! 우리 사랑'이다. 자칫 사위가 될 뻔했던 서른 살 총각과의 부적절한 관계와 임신. 물론 동방예의지국에서 체면과 남의 이목을 삶의 으뜸 윤리로 삼는 관객이라면, 이 부도덕한 멜로드라마를 외면할 일이다. 괜히 점잖은 얼굴 붉히고 육두문자 남발하며 극장 문을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지만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중년도 기운생동의 성(性)을 꿈꾼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이 주책바가지 코미디는 영화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경축! 우리 사랑'은 결국 일상과 가정에 지나치게 억눌렸던 우리 엄마들의 로망이요, 판타지니까.
비난과 지탄의 대상으로 몰락했을 수도 있는 이 부도덕한 로맨스를 구원하는 건 오 감독의 균형감각과 엄마 역 김해숙의 원숙함이다. 노년의 사랑과 섹스를 직설화법으로 주장한 '죽어도 좋아'(2002)와 달리, '경축! 우리 사랑'은 간접화법을 선택한다. 보수적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중년의 노출 대신, 오 감독은 현명하게도 감정의 묘사에 치중한다.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또 턱없이 희화화하지도 않는다. 작가주의보다는 대중 영화를 지향한 때문이겠지만 그 덕분에 보수적 관객의 지지를 좀 더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경축! 우리 사랑'이 이들의 뻔뻔한 사랑을 무조건 축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폭음으로 제 한 몸 못 가누던 하숙생의 뒤치다꺼리가 스킨십으로 이어질 때, 아들뻘 사내와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청춘을 되찾을 때, 딸로부터 "늙으면 추해지고, 사람이 한 번은 실수할 수 있어"라는 회유와 설득을 들어야 할 때…. 카메라는 쾌락과 죄책감, 호기심과 부끄러움, 설렘과 망설임을 반복하는 김해숙의 입체적 표정을 골고루 포착한다. 스팀 다리미로 이 '몹쓸 연놈'의 뺨에 주홍글씨를 찍어버리는 장면을 상상하는 남편 역 기주봉과 천륜을 어겨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해맑은 얼굴을 지닌 연하남 김영민의 순정한 연기도 좋다.
이미지와 더불어 사운드와 음악으로 중년의 욕망을 발산하는 이 영화에서, 우리의 엄마 봉순씨의 교성(嬌聲)은 대문을 넘어 달동네 전체로 울려 퍼진다. "모두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목청 높여 묻는 그녀의 신음소리는 불모(不毛)의 땅으로 변한 지 오래인 변두리 마을에 사랑의 단비를 내린다. 지리멸렬한 중년의 일상에 활력을 되찾아오기. 교향곡으로 바뀐 그녀의 신음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다.
2008년 봄, 전국에는 벌써 벚꽃이 난분분이다. 이 뻔뻔한 '엄마의 청춘예찬', '봉순씨의 욕정예찬'을 마음 열고 한 번쯤 즐겨 보시기를.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중앙, CGV강변·압구정, 미로스페이스, 단성사 등 서울에서는 6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줄거리
하숙과 노래방으로 살림 꾸리는 쉰한 살 억척 아줌마 봉순(김해숙)씨는 오늘도 피곤하다. 불량 남편(기주봉)은 매일 밤 술 퍼 마시며 바람이나 피우고, 철없는 백수 딸 정윤(김혜나)은 호시탐탐 집 나갈 핑계만 노린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하숙생 구상(김영민)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해 봉순씨를 놀라게 하더니, 그 다음날 갑자기 사라졌다. "나 결혼 안 할래요. 취직됐어요"란 쪽지만 달랑 남기고. 황당하게 정혼녀를 잃은 구상은 매일 밤 폭음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결코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구상을 하숙방에 눕히던 봉순씨가 이 젊은 사내와 하룻밤을 보낸 것은. 봉순씨의 봄이 다시 시작됐다.
전문가 별점
-경축! 재능 많은 신인 감독의 탄생, 진보적 가족의 탄생.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모처럼 흥미롭게 볼 수 있는 한국 영화의 다른 시선, 다른 느낌. ★★★☆
(이상용·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