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9일 밤 서울 은평을에서 패배한 뒤 자신의 선거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 이재오 이방호 의원이 낙선했다. 이 대통령의 양 날개가 꺾인 셈이다. 한때는 '좌(左)재오, 우(右)방호'라고까지 불렸던 이들이다. 9일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박근혜의 저주가 통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재오 의원은 서울 은평을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1만여표 차이로 패배했다. 또 이방호 사무총장은 경남 사천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182표 차이로 졌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와 강 의원이 이긴 것이라기 보다는 유권자들이 이재오와 이방호를 떨어뜨린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1등공신이었다. 최일선에서 싸우다 보니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도 해야 했다. 이방호 의원 역시 당 사무총장으로서 친(親)박근혜계 후보들을 공천에서 '잘라내는' 악역을 친이(親李) 진영을 대표해서 맡아야 했다.

박 전 대표는 당내 경선이 끝난 뒤 이재오 의원을 향해 "오만의 극치"라고 했고, 공천 결과가 나온 뒤에는 이방호 의원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를 따르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두 의원을 낙선대상으로 지목하고 선거운동 내내 공격했다. 박 전 대표 팬클럽인 '박사모'는 이방호 의원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념성향이 전혀 다른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두 의원은 모두 낙선의 쓴 잔을 들게 됐다. '박근혜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두 의원의 탈락은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작지 않은 타격이다. 국회에서 자신을 대리해 싸워줄 '야전사령관'들을 잃은 셈이 됐다. '충성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마땅한 대타(代打)를 찾기도 쉽지 않다. 또 문국현 대표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묻겠다"는 명분을 걸고 이 의원을 눌렀다. 이재오 의원은 스스로 '대운하의 기수'를 자처해 왔다. 이 싸움에서 문 대표가 승리한 이상 이 대통령의 대운하는 그만큼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두 의원들로서는 개인적으로도 정치 생명이 어찌될 지 모르는 기로에 서게 됐다. 두 의원은 올해 63세로 동갑이다. 4년 뒤에는 이번 공천에서 자신들이 세웠던 '다선(多選)' '고령(高齡)' 기준에 해당된다.

두 의원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느냐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하지만 국민들의 직접 평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으로 중용(重用)하려면 여론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재오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면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였다. 하지만 국민의 심판을 받아 낙선한 상황에서 "당을 대표하겠다"며 출마하기는 쉽지 않다. 이 사무총장도 유력한 최고위원 후보였지만 역시 어려워졌다.

몇몇 친(親)이명박계 당선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9일 밤 이미 "포스트 이재오·이방호는 누가 하는게 좋겠느냐"며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