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 범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금융 문맹(financial illiteracy) 퇴치운동에 나섰다고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일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문맹퇴치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미 증권업계의 거물인 찰스 슈왑(Schwab) 회장, 부위원장은 저소득층 흑인과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금융 지식을 보급해온 시민운동가 존 브라이언트(Bryant)가 맡았다. 위원에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공동저자인 샤론 레흐트(Lechter)도 포함됐다.

이 퇴치위원회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중학생용 금융 교과서 승인. '돈의 수학(數學): 인생을 위한 강의들(Lessons for Life)'이란 제목의 이 교과서는 '백만장자가 되는 비결? 정답은 저축!저축!저축!'으로 제1장을 시작한다. 이 밖에 평화 봉사단과 유사한 '금융문맹퇴치봉사단'을 조직하고 저소득층을 금융권과 연결시켜주는 사업도 벌인다. 미 의회도 4월을 '금융 문맹 퇴치의 달'로 지정했다.

부시 행정부는 일반인의 금융에 대한 '무식'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판단한다. 브라이언트 부위원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의 상당수는 금리 변동에 따라 자신이 매월 갚아야 하는 이자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금융 문맹 퇴치는 21세기의 인권 이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금융 문맹 퇴치운동에 대해 리처드 탈러(Thaler) 미 시카고대 교수(경제학)는 "경제학 박사도 헷갈리는 금융 지식을 일반인이 알게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금융을) 잘 몰라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