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로 학력을 낮춰 취업한 뒤 노동운동을 벌인 '대졸자'를 해고한 회사의 징계는 부당하다는 이례적인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대법원은 "위장 취업자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해왔다.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정종관)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A사가 "위장 취업이 발각돼 해고한 이모씨를 복직시키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1998년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학력을 '고졸'로 속여 A사 생산직 근로자로 취업했다. 이후 이씨는 2003년 민주노총 소속인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하청지회 사무국장에 선임되면서 회사 공간을 무단 점거하거나 식당에 침입해 유인물을 나눠주고 집회를 여는 등 노조활동을 주도했다.
A사는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계약 해지 경고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자 2006년 8월 이씨를 징계해고 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이씨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자 A사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A사는 "2007년 생산직 근로자 67명 중 정규 대학 졸업자는 이씨 외에 없다"며 "이씨가 대졸자라는 걸 알았다면 사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노동운동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고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장 취업이 경미한 징계사유는 될 수 있지만 해고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학력이 높아져 대졸자 수가 높아지고 있고 '노동운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타파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