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파동과 더불어 국제 곡물가의 급등에 따른 국내 제품가격 폭등으로 국민들의 식생활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새 정부는 초조감으로 특별한 묘책을 찾고자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배추 값의 예를 들어가며 '유통의 고속도로'를 언급하고, 언론은 해외 농업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유가 파동과 곡물가 파동은 항상 같이 온다. 이번 파동은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대가 큰 요인인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으나 지난 1973년 석유파동과 같은 수출 중단 같은 극단적인 조처는 아니고 가격상승일 뿐이다. 물량확보를 위한 안전한 파이프라인 설치와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할 때이다. 가난한 나라에선 대중들의 폭동이 우려되지만, 상당한 재고량을 확보하고 있고 외환 보유액도 적지 않은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파는 입장에서도 무작정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재고 관리도 장기간은 곤란하다.
해외에 농토를 확보하고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영토도 아니며 생산된 농산물도 우리의 것이 아니다. 해당국가에 속한 것이요, 그 나라 정책에 좌우되는 것이다. 부피가 큰 농산물(Bulky Goods)은 운송비가 많이 먹혀 해외 생산 농산물을 한국까지 직접 갖고 오는 것도 수지 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 종교 단체는 브라질과 파라과이에 전라북도 면적만한 토지를 오랜 기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극히 일부를 경작할 뿐 감히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 겨우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사탕수수 재배 등을 검토하는 수준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농사는 일 년에 한번 하는 것이고, 많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농업개발에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10년 정도 꾸준히 추진해야 결과가 나오는데, 그때는 당초 예상이 빗나가기 쉽다. 현재와 같이 파동이 일어난 시점에는 투기 자본이 설치고 농지 가격도 비정상적으로 높다. 그러나 이 시점에 개발에 착수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농사에는 왕도(王道)가 따로 없다. 농업기술의 산실인 농촌진흥청을 폐쇄한다고 발표한 지 언제이며 농민에게 돈을 주어가며 휴경을 시킨 게 언제인가? 농업대계는 서두르지 말고 철두철미 검토하여 추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