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명지대 교수

전두환 정권 수립 이후 구성된 11대 국회는 우리 헌정사에서 단절이 심한 국회로 기록된다. 3김씨는 물론이고 김상현 김덕룡씨 등 기존 정치인 대다수가 정치활동 규제로 묶이고, 청와대가 기획 지시하고 유학성 부장이 수장인 안전기획부가 집행하는 방식으로 정당구조와 인적 구성이 완전히 재편됐다. 이때 여당은 물론이고 진보정당을 포함한 야당 국회의원 공천은 권력핵심이 마음대로 했기에 수준 미달의 국회의원들이 다수 생겨났다. 그러나 11대 국회는 훗날 정치 거물로 성장하는 참신한 신인들도 다수 배출했던 양면성을 갖기도 했다. 결국 11대 국회의 신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옥석(玉石)이 구분됐었다.

4년 전 17대 총선도 탄핵역풍에 따른 초선 의원 진출이 매우 두드러졌던 국회였다. 이들도 11대 초선 국회의원들처럼 훌륭한 정치재목과 빨리 퇴출돼야 마땅할 사람이 혼재돼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17대 국회 때 등원한 초선 의원들에 대한 평가의 성격도 필요하다. 소위 '탄돌이'라 통칭되는 이 그룹의 옥석을 가릴 기준은 이들의 4년간 의정활동과 언행에 대한 면밀한 검토일 것이다. 초선 의원들뿐 아니라 재선 급 이상 의원들도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현재까지의 실적)의 엄정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여건 야건 처음에는 '공천혁명'이니 '원칙에 대한 타협불가'니 하고 세게 나오더니, 어느 순간부터 "당선 가능성" "대안 부재" 또는 "내부 사정"이라는 이유로 문제 정치인들에 대한 배제가 미흡하게 끝났다. 여당에서는 돈 봉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역의 공천과정 등이 그랬고, 야당에서는 "막말이나 품위 없는 행동으로 청소년이나 어린이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인사"를 배제한다는 공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국정난맥에 큰 역할을 한 일부 수도권 탄돌이들이 거의 다 공천된 것도 현실과 타협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양대 정당뿐 아니라 군소정당 무소속에 망라된 자격미달 정치인들이 현역 프리미엄이나 지역기반을 업고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거나 만만치 않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을 보면 지난 트랙 레코드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아직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18대 총선이 지난 4년의 평가가 아닌 지난 4개월에 대한 평가의 성격으로 변할 조짐이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이다. 지난 4개월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17대 임기 중의 꾸준한 활동상이라 할 때 이런 현상은 우려스럽다.

이들 문제 의원은 대선 시에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과 행동을 보인 이부터 성추행·폭행·폭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들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북한·탈북자 인권문제만 거론되면 "전쟁하려 하느냐?" "탈북자들은 경제 이주민일 뿐이다"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방해하는 시대착오적 선량이나 불법시위를 옹호하거나 무분별하게 참여한 의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잘못된 정책을 집요하게 추구해서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 사람들도 평가에서 빠질 수는 없다.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수능등급제를 밀어붙여서 극심한 혼란을 야기한 경우가 한 예이다. 마약류·사기·부패 전과나 대학부정입학 전력의 경우처럼 개인적인 흠결도 정치인으로선 부적격 사항이다.

일류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일류 시민이다. 그런 점에서 선량후보들에 대한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그들의 정치행위를 포함한 과거행적에 대한 기록을 냉정히 살펴봐야만 한다. 문제 정치인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최종권한을 갖는 것은 유권자뿐이다. 운동선수를 재계약할 때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그들의 기록이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가 될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는 중차대한 일에서 후보자들의 트랙 레코드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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