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맨유)이 선발 명단에 포함되자 논란이 일었다.
영국의 스포츠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직전 '라이언 긱스 대신 박지성을 투입한 것은 도박일까?(Is it a gamble playing Ji-sung Park instead of Ryan Giggs)'라는 주제로 즉석 토론방까지 열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 박지성의 기량에 딴죽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극찬만 흘렀다.
박지성은 2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AS로마와의 2007~2008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야심차게 뽑아 든 '히든카드'였다. 아무도 그의 선발 출전을 예상치 못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긱스가 원정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최고의 활약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잠재웠다. 공수에 걸친 90분간의 활약은 흠이 없었다.
◎퍼거슨 감독 "내 사랑 박지성"
퍼거슨 감독은 로마에서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다. 경기 직후 4명의 수훈 선수를 언급했다. 골을 터트린 호나우두와 루니, 수문장 반데사르, 그리고 박지성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도 축하를 보낸다. 어떻게 그 볼을 따내 루니에게 헤딩 패스를 연결한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유럽 원정에선 '동네북'이었다. 최근 벌어진 18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경기는 고작 3경기에 불과하다.
특히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낸 후에야 비로소 원정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퍼거슨 감독으로선 박지성의 활약이 고마울 수 밖에 없다.
◎부활의 신호탄
박지성이 부활의 신호탄을 다시 쏘아올렸다. 지난해 12월 26일 EPL 19라운드 선덜랜드전을 통해 복귀한 박지성은 처음에는 9개월 간의 부상 공백이 무색할 만큼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7일 아스널전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 사이 포지션 경쟁 상대인 호나우두와 나니, 긱스 등은 펄펄 날았다. 여기에다 리그 초반 4-4-2를 가동했던 퍼거슨 감독은 최근 공격 자원이 풍부해지면서 4-3-3 카드를 꺼내들었고, 박지성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최근에는 3경기 연속 결장, 자존심이 구겨졌다. 하지만 박지성은 위기를 기회로 되돌려 놓았다. 나니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이 틈을 타 자신의 건재를 만방에 과시했다.
◎경쟁의 시대가 다시 왔다
정상 궤도에 오른 박지성의 진정한 주전 경쟁은 지금부터다. '약체용 선수'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퍼거슨 감독은 큰 경기에선 박지성을 외면했다. 당연히 유럽챔피언스리그도 박지성에겐 논외였다. 하지만 '별들의 전쟁'에서도 통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의 부활에 또 다시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긱스가 제 컨디션을 찾고, 나니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주전 경쟁 2라운드는 막이 오른다. 역시 박지성의 살 길은 꾸준한 활약에 이은 골이다.
박지성은 "내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올라갔다고 판단된다면 기회는 충분히 온다. 매 경기 착실하게 임하면 언제든지 기회는 올 것"이라고 했다. 매경기가 기회인 만큼 지금의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