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는 런던 세인트판크라스역과 파리 북역(北驛), 또는 브뤼셀역을 잇는 고속열차다. 역에서 간단한 출입국 절차만 밟으면 3시간에 영·불 수도를 주파하니 비행기보다 편리하다. 영국 켄트와 프랑스 칼레를 바다 밑으로 연결한 50.5㎞ 유로터널 덕분이다. 세인트판크라스역을 출발한 유로스타는 포크스톤에 이르러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언제 바다 밑에 들어갔다 나왔는지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 열차는 20분 만에 프랑스에 들어와 있다.

▶도버해협 유로터널은 여객용과 화물·자동차용 철도터널 둘로 돼 있다. 영·불을 바다 밑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은 1882년 처음 나왔지만 영국 정치권과 언론이 안보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단됐다. 1988년에야 본격 공사가 시작돼 양쪽에서 11개의 터널 굴착기가 파고들어가는 대공사 끝에 1994년 완공됐다. 미국 토목공학회는 유로터널을 '현대 7대 불가사의'에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은 일본에 있다. 1988년 홋카이도(北海道)와 혼슈(本州) 북단 아오모리 사이 쓰가루해협을 관통한 53.9㎞ 세이칸(靑函)터널이다. 터널 속엔 세계 처음으로 대피소를 겸한 해저 철도역 두 개가 만들어졌다. 역사(驛舍)엔 터널을 소개하는 박물관까지 들어서 작은 해저도시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혼슈와 규슈(九州) 사이 간몬(關門)해협 밑 철도 터널을 1944년에 완공했을 만큼 해저터널 기술이 앞서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가질 정상회담에서 베링해협 아래에 해저터널을 놓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추코트카와 미국 알래스카를 연결하면 길이 102㎞로 일본 세이칸터널의 두 배에 이른다. 지름도 19.2m로 유로터널(7.6m)이나 세이칸터널(9.6m)보다 훨씬 크다. 이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런던에서 뉴욕까지 기차로 갈 수 있다.

한국과 일본,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해저터널 논의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나 한·일 해저터널은 200㎞가 넘는 데다 바다 깊이도 150~ 200m나 된다. 바다 밑에 화산지대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중 해저터널은 바다는 덜 깊지만 길이가 360~380㎞에 이른다. 당장은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느 해저터널 깊이가 50~100m인 데 비해 한 달 전 개통된 노르웨이 아이크순 터널은 해저 287m까지 내려갔다. 요즘 기술발전 속도로 보면 꼭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1일자 A34면 만물상 '해저 터널'에서 유로스타의 영국 출발지 '런던 워털루역'은 작년 11월 '런던 세인트판크라스역'으로 바뀌었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