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처음 헌혈을 시작해 약 20년 동안 꾸준히 헌혈을 해 왔는데, 3년 전부터 혈압 약을 복용하게 되어 헌혈을 못하게 되었다. 헌혈자가 없어 힘들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그러다 며칠 전 적십자사로부터 "혈압 약을 복용하더라도 정상 혈압만 유지하면 헌혈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시 헌혈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들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의미에서 그동안 내가 한 헌혈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날 황당하게 만들었다. '22회'라고 했기 때문이다. 6년 전 나는 헌혈 30회 이상자에게 수여하는 은장포상을 받았다. 그런데 22회라니 어이가 없어 재차 확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적십자사에서는 내 이름으로 기록된 헌혈자의 횟수는 총 37회인데, 그중 15회는 주민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인정이 안 된다고 했다.

헌혈을 할 때는 반드시 인적사항란에 이름과 주민번호를 기재해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15회나 기록되지 않았다니 이는 적십자사 직원의 실수 아닌가. 이런 상황을 설명했더니 "헌혈증서 37장이 있으면 인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헌혈증서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기증해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적십자사는 "사정이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22회 이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헌혈횟수를 늘려 부귀영화를 바라는 것도, 일신의 양명을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미력하나마 내 이웃을 위해 헌혈을 하려는 것이었는데, 적십자사의 답변은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