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인천에는 시민의 힘을 모아 만든 새얼문화재단이란 곳이 있다. 30년이 넘는 동안 이 단체는 공연이나 발간, 아침대화, 전국 규모의 백일장 개최 등 활발한 문화 사업을 벌이며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그 재단의 이사장은 늘 빨간 넥타이만 맨다. 넥타이 덕분인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훨씬 젊어 보인다. 나는 그분을 '빨간 넥타이를 맨 사나이'라고 부른다.
새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가곡과 아리아의 밤'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공연 중간에 우연히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재단 이사장이 맨 뒷줄에 서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 뒤로도 몇 번 맨 뒷줄이나, 통로 옆에 서 있는 그분을 보게 되었다. 지역 유지들과 로얄석에 앉아 편안히 공연을 관람하리라 생각했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연이 잘 진행되는지, 관람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일일이 살피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그분을 기꺼이 '빨간 넥타이를 맨 사나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마음속으로.
재단에 간 적 있었는데 방대한 책에 또 한 번 놀랐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도 밤늦도록 독서를 하는 그분의 손을 거쳐 나온 책이 상당수란다. '빨간 넥타이'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명함을 받아보면 빨간 넥타이를 맨 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그 넥타이의 '빨강'은 후보의 개인적 욕망이나 영달을 대변하는 것 같아 색이 바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진정한 빨간 넥타이의 사나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지니 도리 없다. 두 눈 크게 뜨고 유권자의 마음 알아 줄 이를 찾는 수밖에.